대구 동구의회가 지난해 일본 국외 출장 당시 항공료를 부풀려 수백만원의 공금을 유용한 구체적 정황이 확인됐다. 일부 구의원과 여행사뿐만 아니라 당시 항공권 증빙서류를 검토했던 동구의회 사무국 역시 항공권 금액 조작에 동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른바 '비행기깡'이라 불리는 부조리한 관행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여행사 조작 서류도 통과, 항공료 경비 사실상 깜깜이"
국민권익위원회 '지방의회 국외 출장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대구 동구의회는 지난해 4월 4박 5일 일정의 일본 국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항공료를 3배 가까이 부풀렸다. 대구경찰청은 지난 20일 일본 출장 관련 서류를 확보하기 위해 동구의회와 여행사를 압수수색했다.
본지가 확보한 여행사 견적서에 따르면 실제로 서류에 적힌 왕복 항공료는 실제 비용과 달랐다. 견적서에는 1인당 항공료가 95만원으로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33만4천900원만 쓰였다.
항공료 조작은 국외 출장의 1인당 예산으로 300만원을 잡은 뒤 이후 수차례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여행사 대표 A씨는 "동구의회 B구의원이 인당 예산으로 300만원을 제시해 처음에는 해당 금액에 맞춰 일정을 작성했다"며 "이 과정에서 술값 명목으로 1인당 현금 30만원과 1인 1실 특급호텔 숙소, 현지 차량 업그레이드 등 여러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동구의회 내부에서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예산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행사에 현금 지급을 없애고 숙소를 2인 1실로 변경하는 등 경비 조정을 요구했다.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르면 숙박비·식비·일비등은 출장 지역에 따라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해당 출장의 경우 1인당 약 180만원이 최대 경비다.
여행사 측은 1인당 250만원으로 경비를 조정했지만 180만원 수준으로는 추진이 어렵다며 의회사무국에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통상적으로 여행사가 챙기는 수수료 10%조차 보장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이후 의회 사무국이 먼저 항공료를 조정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주장했다. 항공료의 경우 숙박비나 식비 등 다른 항목과 달리 상한액 없는 실비 개념인 만큼 이 금액을 건들자는 내용이었다.
결국 A씨는 33만4천900원의 왕복 항공료를 95만원으로 견적을 내고 1인당 230만원 선으로 동구의회와 계약을 마쳤다. 이를 위해 가격이 적힌 전자티켓이 아닌 금액을 여행사가 직접 기입할 수 있는 '항공운임증명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동구의회 관계자는 "앞으로는 국외 출장 규칙에 맞게 원칙대로 단 하나의 부풀림 없이 있는 그대로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여행사 측에 부당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진 B구의원은 "처음에 1인당 300만원 집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의회 측에서 안내했던 사항이다. 여비 규정에 맞지 않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며 "술값을 요구한 적은 없고 경비를 깎아 달라고 했다. 다른 요구도 동료의원들 얘기가 있어서 대표로 전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항공료, 규제 사각지대에…비용 현실화 필요"
전문가들은 지방의원들의 국외 출장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례나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항공료라는 구멍 탓에 숙소나 식대 등 액수를 규정한 공무원 여비규정이 사실상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국외 출장 역시 연수 목적과 경비의 적절성 등을 따지는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를 거쳤지만,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과도하게 책정된 항공료와 경비에 대한 질의는 단 한건도 없었다.
이해영 전 한국행정학회장(전 영남대 교수)는 "행안부가 출장심사위원회 역할 강화를 권고한 만큼, 의회는 이들이 회계 분야 심사도 더욱 심도 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며 "심사에 여행사 관계자를 필참시켜 설명을 듣고, 세부 내역까지 모두 공개된 예산안·지출내역서를 온라인에 공개해야 한다. '시민 옴부즈맨'등 추가 제도 도입도 고려해볼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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