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대 위기극복 릴레이 기고] 지방소멸에 맞서는 대학의 역할: 경일대의 지역산업 중심 혁신 전략

김현우 경일대학교 산학부총장

김현우 경일대 산학부총장
김현우 경일대 산학부총장

대한민국의 지방대학은 지금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라는 복합적 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학령인구의 급감은 대학을 위태롭게 하고,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자원과 인재는 지역의 경제·사회 기반을 무너뜨리며 지방소멸이라는 단어를 현실로 만든다. 단순히 학생 수 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에서 의사가 사라지고, 기업이 구인난에 시달리며, 폐교되는 생태계의 붕괴가 벌어지고 있다. 이 거대한 전환기에서 지방대학은 더 이상 교육만을 위한 기관이 아니다. 지방의 생존을 견인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경일대는 이러한 문제 의식 위에서,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아닌 지역과 함께 살아남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역할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인재 양성,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운영, 평생교육 기반 구축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지역 인구 유입과 정주, 지역산업 유지, 고령사회의 대응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자 한다.

첫째, '글로컬 콘텐츠 허브'를 비전으로 콘텐츠대학을 운영하며, 지역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고도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지역에 조성하고 있다. 사진·영상,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디자인 등 콘텐츠 산업은 청년 선호도가 높고 재택·원격 근무도 가능한 디지털 기반 산업이다. AI, XR, 빅데이터 등 신기술과 융합한 '메타콘텐츠융합전공'을 통해 지역에서도 고급 콘텐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인프라를 제공한다. 콘텐츠 산업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문화산업의 대안을 지역에 마련해주는 수단이며, 이는 청년 정주 기반 조성과 문화적 자립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둘째, 전국 최초로 학부와 대학원 모두에 걸쳐 운영 중인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단순한 취업 지원을 넘어, 지역 산업과 청년을 직접 연결해주는 생존형 제도다. 입학과 동시에 협약 기업에 정규직으로 채용돼 학업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이 제도는, 기업의 구인난과 청년의 불안정 고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 스마트팩토리, 전력인프라, 방위산업, 에너지솔루션 등 경북 주요 산업군 중심의 커리큘럼은 지역의 중소기업이 기술인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청년층이 학업과 경력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지역 내에서 안정적인 삶을 설계할 수 있게 돕는다.

셋째, 대학평생교육체제지원사업(LiFE)에 8년 연속 선정된 경험을 바탕으로, 고령사회 대응과 중장년 인구의 지역 내 재정착을 위한 평생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래융합대학과 평생교육원을 중심으로, 재직자와 성인학습자를 위한 유연한 학사제도와 실무 중심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고령층과 자영업자, 지자체 공무원 등 지역 주민 누구나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농업경영과 심폐소생술, 디지털 정보화 교육 등은 지역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생애 재설계 교육이며, 이는 지역 내에서 일하고 배우고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을 통해 경상북도와 손잡고 6개 과제, 총 350억 원 규모의 지역혁신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K-IDEA Valley', 'K-IVY', 'K-LEARNing'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맞춤형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 전환 대응과 지역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긴밀히 호흡하며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거버넌스의 중심축임을 보여준다.

국제화 측면에서도 유학생 유치를 단순한 글로벌 마케팅이 아니라, 지역 인재 확보와 장기 정주 유도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글로컬산업기술학과를 통해 유학생이 한국 산업기술을 배우고 지역 기업에서 일하며 취업·정주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했고, 국제 KIUm학부 등 다양한 문화 연계 프로그램은 외국인 학생들이 지역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돕고 있다.

경일대는 지금 이 순간도 '대학이 사라지면 지역도 사라진다'는 절박함 속에서, 현실적 전략을 실천 중이다. 콘텐츠로 청년을 잡고, 계약학과로 산업을 지키며, 평생교육으로 지역 주민의 삶을 재설계하고 있다.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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