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시작된 맨발걷기가 여전히 인기다. 도심 숲과 공원 등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보는 건 쉬운 일이 됐다. 중년층과 노년층이 대다수지만, 어린 자녀를 동반한 맨발가족도 더러 있다.
유튜브 등에선 맨발걷기 예찬론이 넘쳐난다. 맨발걷기를 한 뒤 몸의 변화를 경험했다는 사례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맨발걷기길 조성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에 유행처럼 번지며 전국에 수많은 맨발걷기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의학적 관점에서 맨발걷기가 신체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지 논란도 뜨겁다. 맨발걷기를 통해 발바닥 지압으로 혈액순환 촉진, 발 근육 강화 등의 효과에 대해선 대체로 이견이 없으나 접지(earthing·어싱) 효과를 놓고는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맨발걷기를 옹호하는 측은, 사람이 맨발로 땅을 밟을 때 인체의 양전하가 땅의 음전하와 만나 제로가 되는데 이때 모든 질환의 근원인 활성산소가 중화되어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각종 질병을 치료하거나 완화된 사례자의 다양한 증언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대다수 의사들은 과학적 근거 부족을 들어 접지 효과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김정훈 행복한H병원 원장은 맨발걷기 예찬론자다. 고지혈증이 있었던 그는 맨발걷기를 통해 고지혈증 수치를 정상으로 낮추는 효과를 직접 경험했다. 이후 병원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달에 1번 정도 맨발걷기를 한다. 지난해엔 '맨발걷기, 뭐가 맞는 거죠?'라는 책도 냈다. 그밖에도 그는 구독자 6만5천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행복한 의사 김정훈의 건강이야기'를 통해 건강을 회복한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있다.
27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모명재(慕明齋) 뒷산에서 김정훈 원장을 만나 맨발걷기와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직 의사가 맨발걷기를 추천한다는 점도 이례적이지만, 의사가 된 이력도 독특하다.
▶처음엔 의사란 직업에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 있는 한 대기업을 다녔다. 근무하던 부서에 상무가 계셨는데 능력도 인품도 출중해 동경하던 분이었다. 상무님도 저도 늘 일찍 출근했던 터라 대화할 시간이 많았다. 어느 날 "아이들도 유학 보냈고 다 이루셨으니 행복하시겠다"는 제 말에 상무님은 "참 열심히 살았지. 그러나 다시 산다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라며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큰 충격이었다.
한편, 그 무렵 '서울살이'의 멘토 같았던 고향(대구) 선배는 IMF여파로 직장에서 정리해고 됐다. 하지만 그 선배는 좌절하는 게 아니라 대구로 내려갈 생각에 들떠 오히려 행복해했다. 두 사람의 모습이 극명히 대비됐다. 능력이 있는 삶과 행복한 삶은 전혀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고민에 아내는 의대를 권유했다. 늦은 나이에 재수학원을 다녔고 계명대 의과대학에 합격했다. 입학을 하고 보니 동기들과 띠동갑(12살) 차이가 났다. 그렇게 어렵게 공부를 하면서 의사로서의 목표와 사명감이 생겼다. 의사면허를 딴 건 2006년, 서른여덟 살 때였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 맨발걷기에 관심을 갖게 된 건가.
▶아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동기였다. 5년 전쯤 심각할 정도의 고지혈증이 찾아왔는데, 제 혈액 상태를 눈으로 확인한 뒤 충격을 받고 생각해 낸 게 바로 맨발걷기다. 식단 교정과 함께 짧은 시간에 좀 더 효과적으로 운동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선택한 것이었다.
맨발걷기를 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하고 훌륭한 효과를 경험했다. '이거 뭔가 있을 것 같은데'란 생각으로 자료를 찾아보니 미국에서는 관련 논문을 쓴 사람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단순한 운동효과만 있는 게 아니라 감정적인 치유효과는 물론, 의학적인 치유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논문 등을 통해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나.
▶크게 간추리면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접지 효과다. 맨발로 땅을 밟으면 지구에 흐르는 자유전자가 체내로 들어오게 된다. 자유전자는 체내에서 전자쌍을 이루지 못하고 있던 활성산소를 전기적으로 중화시킨다. 이 사실은 신발을 신고 있을 땐 인체와 땅 사이에 전위차가 어느 정도 있으나 맨발로 땅을 밟는 순간 전위차가 사라지는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불안정했던 활성산소는 맨발걷기를 통해 전자쌍을 이루면서 건강을 증진시키고 염증을 완화한다. 실제로 상처를 치료하는데 응용하는 사례도 있다.
두 번째는 혈액순환 효과다. 발도 손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기관이다. 하지만 인류가 신발을 신으며 퇴화했다. 하지만 맨발로 걷고 나면 특히 발가락 사이 근육이 살아나면서 심장으로 피를 보낼 때 도움을 준다. 발이 제 기능을 못하면 혈액이 저류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늘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로하며 혈액 순환이 안 돼서 생기는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지압효과다. 대체의학 가운데 하나인 '반사요법'에 따르면 사람의 발바닥에는 온몸의 각 부위에 상응하는 지점이 있다. 발의 특정 부위를 지압하면 그 부위에 상응하는 장기 등에 혈액 순환이 잘 이뤄지고, 결과적으로 신체의 기능이 향상되는 원리다.
-환자들과 함께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맨발걷기로 내 몸에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2023년 처음 시작했다. 입원 환자와 유튜브 채널 공지를 통해 모집한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매월 1차례씩 진행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이 운영하는 콘텐츠 발행 플랫폼인 '브런치'에 글을 쓰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맨발걷기가 치료에 도움이 된 사례가 있나.
▶워낙 사례가 다양하다보니 일반화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 경험을 제외하더라도, 특히 고지혈증 중에서 중성 지방이 높은 사람들한테는 좀 더 도움이 많이 되고 실제로 혈압이 많이 낮아진 것을 확인했다.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는 사람도 많았다. 이 두 가지는 맨발걷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
-맨발걷기의 효과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학계의 비판도 따른다.
▶인정한다. 이것은 엄밀한 통계 기반의 실험이 아니기에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보다 구체적인 연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맨발걷기가 의학을 대체할 순 없다. 다만 의사들이 낯설고 생소한 영역이라고 무조건 터부시하고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맨발걷기 효과에 대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런 사례를 깊이 들여다보고 연구해보니 "아니더라"라고 얘기를 해야 설득력이 있다. 선입견을 내려놓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할 때는 뭔가 그래도 이유가 있겠거니 정도의 호기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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