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를 책임질 제21대 대선의 막이 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독주 체제 속에 선거 막바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자 이번 대선도 '초방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대 대선과 22대 총선 당시 서울의 주요 격전지로 꼽혔던 마포구와 동작구 주민들은 29일 사전투표소에서 보기 드문 줄 행렬을 이루며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일 잘하는 대통령 필요해" 이구동성
"세 사람 중 누가 정치를 잘할지 고민했어요. 밤새 고민하느라 잠도 못 잤어요"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이날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아현동주민센터 앞. 아내와 함께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A(68) 씨는 '정치를 잘할 것 같은' 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12‧3 비상계엄에서 시작된 각종 파동을 보며 고개를 내젓게 됐다는 A씨는 밤을 새우면서까지 "선진화된 정치를 잘 할 것 같은 후보가 누구인지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한민국 서민을 위해 참된 정치를 할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정치 말고 진짜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강조하며 자리를 떠났다.
사전 투표 첫날인 이날 서울의 주요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저마다 꿈꾸는 차기 정부 모습을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지난 총선 47.7% 대 48.3% 근소한 차이로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머쥔 격전지, 마포갑에 위치한 아현동주민센터에는 시민들이 끊임없이 밀려들면서 4층 투표장으로 향하는 계단에까지 일렬로 줄이 늘어졌다.
인근 회사에서 투표장을 찾은 직장인들은 "투표를 꼭 해야겠다는 마음에 잠시 짬을 내서라도 왔다"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일을 잘하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직장인 B(40) 씨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능력은 없고 기득권 유지와 사리사욕 채우려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고 환멸을 느꼈다. 이제는 검증된 사람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염리동주민센터 내 사전투표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도 쉴 틈 없이 몰려드는 유권자에 선거 안내원들은 바쁘게 안내를 하는 모습이었고 투표를 마친 젊은 유권자들은 주민센터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거나 친구들과 모여 투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정치에 환멸을 느껴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했다는 유권자들도 더러 있었다. 대학원생 C(28) 씨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지만 차악을 뽑자는 마음으로 투표장에 왔다"며 "어쩔 수 없이 투표했던 것이라 딱히 차기 정부에 바라는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옆에서 일행을 기다리던 D(65) 씨도 "정치 양극화가 심하다. 나 또한 차선을 선택했다"며 "평등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남과 다름을 인정하고 시기와 질투가 없는 세상말이다"고 호소했다.
마포갑은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인 만큼, 국힘에 대한 심판론도 만만찮았다. 마포구 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E씨는 "'내란'은 도저히 용서를 하지 못하겠다. 더욱이 자신들의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국민의힘에 실망을 많이 했다.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등을 돌리는 시민들도 많을 것"이라며 "그들은 정말 반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내란 종식 우선"vs"재판받는 후보 안돼"
서울 동작구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4.8% p(포인트) 차로 겨우 앞질렀던 곳이다. 그럼에도 노량진동, 대방동 등이 있는 '동작갑'지역구는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중도층이 다수 분포해있는 곳 중 하나다.
이날 찾은 노량진1동주민센터는 고시를 준비하는 20대 젊은층과 출근을 하지 않는 노년층들이 앞다퉈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4층 투표소로 향하고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최모(25) 씨는 "아무래도 교사를 준비하다 보니 교육 정책에 제일 관심을 갖게 된다"며 "'평등 교육'을 이끌어 갈 후보에게 한 표를 줬다"고 했다.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 경기가 침체한 것을 꼽으며 '내란 종식'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 유권자도 있었다. 노량진2동주민센터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 유권자는 "투표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비상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며 "안정적인 지도자가 등장해 나라를 안정시키고 경제를 부흥시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목에 사원증을 내건 이들이 사전투표소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찾은 신대방2동주민센터는 동작구에 살지 않는 관외선거인 줄이 주민센터 밖 약 20m까지 뻗어있었다.
현장에는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샤이보수'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한 한 30대 남성 유권자는 "요새 진영별로 갈등이 극심해 함부로 누구를 찍었다는 얘기를 하지 못한다. 그냥 모른체하고 있는 게 낫다. 조금이라도 보수진영을 지지하면 '내란 동조세력'으로 여긴다"며 "비상계엄은 잘못됐지만 본인이 재판을 받고 있고, 아내·아들 등 가족 리스크가 있는 후보를 뽑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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