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60대 남성이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러 수백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와 같은 범행방식에 지역민들은 놀란 가슴을 한참 쓸어내려야 했다. 경찰은 1일 밤 방화범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1일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3분쯤 60대 남성 A씨가 5호선 여의나루역∼마포역 사이 터널을 달리던 열차 내부에 불을 질렀다. A씨는 약 2L 용량의 통에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액체를 담고 열차에 탑승한 뒤 별다른 말 없이 바닥에 액체를 뿌리고 옷가지를 이용해 불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열차가 금세 뿌연 연기로 가득차면서 승객들은 비상통화장치로 기관사에게 상황을 알리는 한편 비상개폐장치를 이용해 열차 문을 열고 대피했다. 수십명이 연기흡입으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와 범행 방식이 거의 같다. 2003년 당시에도 범인 김대한(당시 56세)이 열차 안에서 가방속 휘발유에 불을 붙이는 식으로 범행을 저질러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같은 범행 방식에도 결과가 달랐던 것은 대구지하철참사를 계기로 전동차 내부 소재 교체와 비상탈출 등 시스템 강화가 이뤄진 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참사 당시 열차에 불에 타기 쉬운 우레탄폼과 폴리우레탄 등 가연성 소재가 적잖아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서울교통공사는 열차 골격과 바닥재, 객실 의자 등을 불에 타지 않는 스테인리스 등으로 교체했다.
김진철 마포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최근 지하철 열차는 대부분 불연재로 돼 있어 쓰레기만 일부 불에 탔다"며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기관사와 승객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해 진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진화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사고 당일 A씨를 현행범 체포해 늦어도 1일 밤에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 소송에 불만을 갖고 범행했다고 진술한 걸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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