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공식선거 운동 기간 거대 양당 후보들이 보여 온 유세 전략은 '험지 돌파'와 '험지 피하기'로 나뉘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주말까지 대구경북, 부산경남 이른바 민주당의 험지인 TK와 PK를 정면돌파한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끝내 험지는 피하는 전략을 보였다. 탄핵 국면 속 치러지는 대선에다 선거운동이 짧았던 만큼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1일 이 후보는 대선을 이틀 앞둔 마지막 주말, TK를 방문해 '험지 공략'에 재차 나섰다. 이날 이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유세를 시작해 대구, 울산을 거친 뒤 부산에서 '경부선 유세'를 마무리하는 전략을 짰다.
이날 안동에서 이 후보는 거듭 "영남에 자기의 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표심을 공략했다. 안동 웅부공원에서 진행한 첫 유세에서 그는 "부모님과 조부, 증·고조부, 선대 다 여기 묻혀있고 저도 안동에 묻힐 것으로, 안동은 제 출발점이고 종착점"이라며 "그런데 우리 안동, 경북, 고향 분들은 왜 이렇게 저를 어여삐 여겨주시지 않나. 이번에는 아니겠죠"라며 호소했다.
이 후보의 영남권 방문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크게 세 번째다. 그는 지난 13일 TK와 울산을 찾은 데 이어 14일 PK를 방문했고 15일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제16주기 참배 일정을 위해 경남 양산으로 향했다. 공식 선거 운동 전에도 '골목골목 경청투어' 방식으로 이 후보는 영남의 소도시들을 훑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후보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의 텃밭인 호남 지역을 방문한 횟수만큼이나 영남 지역을 방문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5~17일 3일에 걸쳐 광주와 전남, 전북을 방문하며 집토끼 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의 '정면돌파 행보'는 탄핵 대선과 국민의힘 후보 교체 파동에 따라 보수 표심의 이탈 기류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 이들을 흔들 수 있는 좋은 공성(攻城) 타이밍을 잡았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지난 대선 20% 초반에 그친 TK 득표율을 30%까지 끌어올려 보겠다는 전략을 취한 만큼 선거운동 막판까지 전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경선 과정에서부터 연이은 논란을 겪으며 열세 구도에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김 후보는 거듭 험지 피하기 전략을 취하는 중이다. 김 후보는 지난달 17일 광주를 방문한 것을 끝으로 보수 험지인 '호남' 지역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날 마지막 주말에도 그는 경북, 강원권 표심을 공략했다.
김 후보의 그간의 유세 동선에서도 험지 피하기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김 후보는 대부분의 시간을 영남을 비롯해 서울과 경기, 충청권에 할애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부터 TK, PK에서 유세활동에 나서며 결집을 도모했고 서울 유세에서도 송파, 서초 등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곳을 필두로 훑기 전략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보수 진영이 약세를 보이는 '경기'에서 선거운동을 강화한 측면은 있다. 이는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경력이 있는 만큼, 전임 경기도지사 간의 구도를 만들어 자신도 충분히 경기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 대선, 후보 선출 논란 등 김 후보가 불리한 구도에 놓인 대선인 만큼 여유롭게 험지를 공략하기엔 선거운동 기간 자체가 너무 짧았다"라며 "호남 지역에서 표를 받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표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곳만 파고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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