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을 거쳐온 21대 대선에서 성별·세대별 표심은 더욱 확연하게 갈라졌다.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은 '반(反) 이재명'을 내세운 보수 진영 후보들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응원봉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던 2030 여성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보수 성향이 짙었던 60대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가 높아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86세대들이 '내란 세력'을 심판하는 성격의 투표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KBS·MBC·SBS 방송 3사가 지난 3일 공개한 21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대선과 비교해 성별·세대별 표심이 극명하게 갈린 것이 확인됐다.
이번 대선에서 이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20대 이하 남성은 24%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지난 20대 대선(36.3%)과 비교하면 이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20대 이하 남성은 12.3%포인트(p) 줄어들었다. 30대 남성에선 이 대통령의 지지한다고 응답한 이들(37.9%)이 가장 많았으나 20대 대선과 비교하면 4.7%p 감소했다.
반면 2030 여성들의 지지는 압도적으로 높았다. 20대 이하 여성 58.1%, 30대 여성 57.3%이었다. 30대 여성의 경우 지난 대선과 비교하면 7.6%p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격차가 벌어지는 데에는 탄핵 국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보였던 2030 여성·남성의 정치적 성향에다 '내란 종식'이라는 구호까지 더해지면서 차이가 극명해졌다는 것이다.
20대 남성들은 2021년 4월 7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보수 성향을 보인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대남'들은 '반 이재명'을 외치는 보수 후보들을 지지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37.2%)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36.9%)를 뽑았다는 이들도 비등했다.
반면 이 대통령 팬덤에는 2030대 여성이 주류를 이룬다. 이번 탄핵 국면에서도 12·3 내란사태에 분노한 2030 여성들이 주축이 돼 '응원봉 시위'가 이뤄졌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을 겪으면서 경험 차이가 있는 것도 2030 성별 간 차이가 극명해지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TK 딸이 콘트리트를 부순다'는 영상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는 등 광장을 거친 2030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진보적인 목소리를 냈다"고 했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86세대'의 등장도 변수였다. 이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60대 중 남성은 48.6%, 여성은 47.5%였다. 70대 중에선 남성 31.3%, 여성 36.2%였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응답한 60대 이상이 남성 30.2%, 여성 31.3%로 예측된 것으로 비교하면 60대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치평론가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민주화 과정을 거친 86세대는 사회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이 비판적이기도 하고 어느 것이 옳은가에 대한 가치를 많이 따지기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탄핵 대선에서도 이러한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출구조사는 실제 개표 결과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2.28%p, 김 후보와는 1.85%p, 이 후보와는 0.64%p의 차이를 보였다. 출구조사는 방송협회와 지상파 3사가 구성한 '공동 예측조사 위원회'(KEP)가 전국 325개 투표소에서 유권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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