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재차 부상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통한 돌파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이 공직선거법,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한편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면서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이 형해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위인설법(爲人設法)' 가시화
이재명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비리 및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등 모두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취지 파기환송 결정이 나면서 오는 18일 파기환송심 공판이 잡혀 있다. 재판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양형에 대한 판단만 남은 가운데 근시일 내에 1심(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같은 당선무효형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당은 '위인설법' 논란에도 소속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률 개정안들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허위사실공표죄 성립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언제든 본회의를 열고 통과시킬 수 있다. 법안이 발효되면 이 대통령은 '면소' 결정으로 직을 유지할 수 있다.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 재판을 중단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나머지 재판들을 미룰 수 있는 수단으로, 역시 법사위 문턱을 넘은 상태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이 갈리면서 이 대통령 재판의 계속 진행 여부는 모호한 상황이다. 형소법 개정안은 '형사소추'를 공소제기뿐 아니라 진행 중인 재판까지 범위를 분명히 넓히고 있다.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을 대법원이 '개별 재판부에 맡긴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사법리스크를 유예시킬 수 있는 방도다.
'4심제 도입법'으로도 불리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역시 법사위에서 법안 심사를 받고 있다. 이 개정안은 대법원 판결 역시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에 이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헌재의 판결을 다시 받아볼 수 있다.
민주당 수석대변인 조승래 의원은 5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으니 헌법 84조에 따라 소추가 다 정지된다"며 "그럼 진행되는 재판들을 다 정지하는 건 헌법정신이다"고 주장하는 등 형소법, 선거법 개정안 등에 대한 강행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대법관 현행 2배 이상 증원
민주당은 대법관을 현행 2배가 넘는 30명으로 방안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일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통과시키며 친정부 성향의 대법관을 대거 임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 헌법은 대법관의 숫자에 대한 직접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법원조직법에서 '대법관의 수는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14인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간 대법원이 맡는 상고심 사건수 및 심리불속행 결정의 증가로 인해 필요성이 제기돼 왔으나 그 증원 규모가 지나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1948년 '11인 이내'로 정한 것을 시작으로 대법관 수는 시대 변화에도 16인을 넘은 적이 없으며, 1987년 개헌 이후 줄곧 14명으로 유지됐다는 점에서 '30인 체제'는 급격한 변화로 여겨진다.
민주당이 해당 법안에 따라 4년간 순차적으로 16명을 증원할 경우, 임기 말 이 대통령은 임기가 만료된 대법관 교체(10명)를 포함해 대법관 30명 중 26명을 임명할 수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법관 임명 시 대법원장의 제청 절차가 있지만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반대한다면 국회에서 무력화가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하면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를 임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입법·행정 권력을 이미 거머쥔 새 정부가 사법부의 견제마저 받지 않을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대법관 증원 시 판례를 통해 규범을 제시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염려도 크다. '전합' 구성원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모든 절차가 비효율적으로 변하고, 개별 대법관의 의견 개진 기회가 줄면서 실질적 토론보다 형식적 절차로 합의가 이뤄질 여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 분출, 위헌법률 심판 이어질 듯
민주당발 동시다발 법률 개정 시도가 헌법상 평등권과 '사법부 독립'을 사실상 침해한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일례로 법무부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 검토' 의견을 내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7일 법사위 1소위원회에서 "대통령 취임 전 범죄는 대통령 신분이 아닌 상태에서 범한 범죄로서 대통령 직무수행과는 무관함에도 공판 정지 대상으로 하는 것은 공직의 자격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관련 법률을 무력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대외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짚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법률 개정 시도가 자연스레 위헌법률 심판으로 이어지며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재차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헌재 역시도 정부여당에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져 있다. 이 대통령이 현재 공석인 2명의 헌법재판관을 입맛에 맞춰 임명한다면 헌법재판관은 진보 4명, 중도 2명, 보수 3명으로 재편이 예상된다.
헌재의 헌법소원이나 위헌법률 심판에 필요한 정족수는 6인 이상의 찬성이다. 중도나 보수성향 재판관 전원의 뜻이 모이더라도 의결정족수에 1명이 부족하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우려 섞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대한변협 이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특정인을 위한 법률이라는 비판의 소지가 있고, 행정이나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률 자체가 곧바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처분적 법률'로 여겨질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정안 조항의 실질적 내용이 정당한지, 종래부터 위헌성 논의가 있었는지 등을 두루 고려해 헌법상 평등권 침해 여부를 판단해 볼 사안"이라고 평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헌법이 미처 상정하지 못한 부분을 보충 입법하는 것으로 볼 여지 있다"면서도 "헌법규정을 문리적으로만 보면 이미 기소된 사건의 재판 진행을 멈추지 못한다고 해석된다"고 판단했다.
이석화 대한변협 대의원회 의장은 "형소법 개정안, 선거법 개정안 모두 위헌적 요소 다분하다"고 단언했다. 대법관 증원을 두고는 "중차대한 제도를 공청회나 연구과정도 없이 제도화하려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사법시스템은 한번 바꾸면 다시 고치기 힘들고 국가 전체에 수십 년 간 영향을 미친다. 충분히 공론화시키지 않은 채 법 개정을 서둘러선 안 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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