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한국 '환율 관찰대상국' 재지정…'환율정책 분석 강화' 예고

지난 11월 관찰대상국 지정 후 재지정…대미 무역·경상수지 흑자 겨냥
교역국 환율정책 고강도 분석 예고…불공정 환율 관행 '관세 부과' 언급

스콧 베선트(오른쪽)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달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고위 관리들과 이틀간 진행한 비공개 관세 협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스콧 베선트(오른쪽)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달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고위 관리들과 이틀간 진행한 비공개 관세 협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다시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주된 요인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증가세가 지속되는 데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교역국의 환율 개입이 확인될 경우 관세 부과로 대응한다는 경고도 내놨다.

미국 재무부는 5일(현지시간) 의회에 보고한 '미국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보고서'를 통해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등 9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렸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약 7년 동안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지만, 2023년 11월 한 차례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다시 지정됐고, 이번에도 포함됐다. 이번 보고서에서 아일랜드와 스위스는 새롭게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심층분석국 내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데 평가 기준은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다.

한국은 작년 11월과 마찬가지로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기준에서 문제가 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재무부는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전년 대비 1.8% 늘어난 GDP 대비 5.3%라고 설명했다.

그 주된 이유는 상품 수지 무역 흑자에 있는데, 한국의 지난해 대미 상품 및 서비스 무역수지는 전년 대비 140억 달러 증가한 5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재무부는 원화가 지난해 미 달러 대비 12.6%, 실효 환율 기준으로 6.7%까지 절하되었다고 진단하면서, 이는 미국 달러 강세(4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10월, 11월), 국내 정치 불안(12월) 등 요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 당국이 원화가 평가절하 압력을 받는 가운데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4월과 12월에 외환시장에 개입했으며, 한국 당국이 2024년에 GDP의 0.6%에 해당하는 112억 달러를 순매도했다고 기재했다.

이에 재무부는 한국이 앞으로도 무질서한 외환시장 여건에 따른 예외적인 상황으로 외환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적었다.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지만, 직접 경제 제재를 받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외환 정책에 제약이 발생한다.

◆주요 교역국 환율정책 고강도 분석·대응 예고

이번 환율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환율 정책이 불공정한 국가의 경우 무역 협상에서 환율 문제도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해 온 터라 더욱 주목받았다.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미국 우선 무역 정책'에 따라 향후에는 교역국의 환율 정책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주요 교역국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가 평가절상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표면적으로 무질서한 시장 여건이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개입하는 상황을 재무부가 더 집중적으로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불공정한 환율 관행이 포착된 국가에 대해 관세 부과를 권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올해 10월이나 11월쯤 발표될 환율보고서에는 시장 개입 외에 ▷거시건전성 조치 ▷자본유출입 조치 ▷연기금 또는 국부펀드와 같은 정부투자기관 등을 활용한 경쟁적 평가절하 여부도 추가 심층 분석 대상이 될 예정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우리는 계속해서 환율 관행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조작국 지정에 따라 치러야 하는 비용을 늘리겠다. 앞으로 재무부는 불공정한 환율 관행을 상대로 강력한 대응책을 시행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도구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 재무부의 교역국의 통화정책 평가 기준이 강화되고, 최근 진행되는 양국 무역 협상에 환율 문제도 포함된 상황인 만큼 외환 당국도 이에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2+2(재무·통상) 협의' 때 베선트 장관 제안에 따라 환율 문제를 별도로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미국이 환율 정책과 외환시장 개입 투명성 문제를 또 무역 협상과 함께 의제로 꺼낸 것이란 관측이 나왔는데, 이와 관련해 한미는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첫 대면 협의를 진행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에서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미국 재무부와의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환율 정책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를 확대하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재무당국간 환율분야 협의도 면밀하게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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