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하 이준석)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미묘(複雜微妙)하다. 똑똑하고 언변이 좋고 순발력도 있는데 말과 행동이 얄밉고 건방지게 보여 호감(好感)이 안 간다. 어딜 내놔도 불안하지 않은데 자신감이 과하고 너무 거침없어 반감이 들고 밉상이다. 내치니 '딴 집' 차려 보수 표 까먹고, 품자니 내부 분란이 우려된다. 껴안지도, 적으로 돌리지도 못한다. 보수인데, 보수로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이준석 딜레마'다.
이번 대선에서도 못마땅함을 드러낸 보수가 적잖았다.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했으면 보수-진보 간 박빙(薄氷)의 승부를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두 후보의 득표율 합(合)이 당선인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보다 0.07%포인트 앞서서다. 이에 패배 책임론이 일기도 했지만 이준석은 오히려 이번 대선에서 존재감을 보였고 '보수 미래'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양강 구도 속 당선 가능성 제로 상황에서 소수 정당 후보가 선전한 결과다. 기대했던 득표율 두 자릿수에는 못 미쳤지만 전국에서 고르게 득표했고, 특히 젊은 층에서 많은 표를 얻었다. 선거 막판 이른바 '젓가락' 발언이 없었다면 두 자릿수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선전으로 개혁신당의 기반을 다졌고 내년 지방선거 동력(動力)도 얻었다.
그런 그가 곧바로 위기에 처했다. 국회의원 제명(除名) 위기다. 대선 기간 중 후보 TV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한 그 '젓가락', 여성 신체 관련 부적절한 발언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의원직 제명에 관한 청원이 제기됐고, 5만 명 이상 동의를 얻어 청원 성립 요건이 충족됐다.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해 제명이 쉽지는 않다. 대통령 탄핵과 같은 조건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마음먹고 당론(黨論)으로 정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처럼 말이다. 국민의힘도 단일화를 거부하고 완주한 이준석에 대해 호의적일 리는 없다. 민주당이 '눈엣가시'인 이준석을 쳐내기 위해 제명을 강행한다 해도 문제다. 이준석은 다시 살아오거나, 더욱 강해져 돌아올 가능성도 있어 보여서다. 민주당에도 이준석 제명은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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