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첫날 결연했다. 전(前) 정부에서 물려받은 게 '무덤 같은 (대통령실)'과 '0%대 저성장' 전망이라고 하니, 오죽할까. 이 대통령은 '불황과 일전(一戰)'을 선언했다. '전쟁'이란 살벌한 단어까지 동원됐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한 것이다. 이 대통령 취임사를 다시 읽었다. '경제'와 '성장'을 10여 차례씩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갈 시간"이라고 했다. 특히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며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취임사대로만 이뤄지면, 태평성대(太平聖代)다.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불황과 일전'은 민생 회복·경제 살리기 의지를 함축(含蓄)한다. 경제 현실은 암담(暗澹)하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로 집계됐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빚더미에 올랐다. '고용 절벽'에 갇힌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취약계층은 근근이 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성장(成長) 기조'로 경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택호(宅號)도 '경제성장수석'으로 바꿨다. 그 자리에 창조적 파괴·기업가 정신의 아이콘인 조지프 슘페터를 연구한 교수를 임명했다. 성장을 이끌 쌍두마차는 '재정 투입'과 '규제 완화'다. '20조원+α'의 2차 추경으로 내수(內需)를 응급 소생시키고, 내년 본예산과 제도 혁신으로 기업 활동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확장(擴張) 재정'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기조다. 내수를 살리기 위한 추경은 필요하다. 문제는 재정 여력과 선심성(善心性) 정책에 대한 우려다. 국채 발행(國債)으로 추경 재원을 마련하면, 국가 채무가 또 는다. 올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61조3천억원이다. 여당의 계획대로 1인당 민생지원금 25만원을 지급하려면 13조원이 든다. '전 국민 대상 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26~36%'란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를 유념해야 한다. 전 국민 지원보다 소득 수준에 따른 '선별 지원'이 실용(實用)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혁신 성장과 관련해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정책 노선에서 진일보(進一步)한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는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 등 민주당의 반(反)기업적 입법 추진을 우려한다. 상법 개정이 '코스피 5,000' 시대를 연다면, 투자자들은 '이재명 만세'를 부를 것이다. 그렇지만 상법 개정만으로 그게 가능한 일인가.
'첫째도 민생(民生), 둘째도 민생'이란 이 대통령의 말은 옳다. 하지만 '민생'이 사상 최대 규모의 3개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국민의힘이 '대통령 방탄법'이라고 비판하는 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형사소송법 개정과 나란히 할 수 있겠나. 그 '민생'이 정쟁(政爭)의 소용돌이를 뚫고 국민을 구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는 수출 전략회의를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을 내걸었다. 윤석열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약속했다. 모두 시작은 창대(昌大)했으나 끝은 미약(微弱)했다. 이재명 정부의 '불황과 일전'은 달라야 한다. 경제는 '슬로건'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 상생과 통합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이제는 우리가, 미래의 과거가 되어 내일의 후손들을 구할 차례다"라는 이 대통령 취임사가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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