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 철강과 2차전지 소재 산업이 불황의 터널에 갇혀 좀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맏형 포스코도 '버티는 게 살 길'이라고 할만큼 사정이 녹록지 않다. 국내 2차전지 소재 산업을 이끄는 에코프로도 투자계획을 미루며 배터리 시장의 봄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 차원 지원 필요한 철강산업
'제26회 철의 날'을 맞은 9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철강은 '산업의 쌀'이자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사업"이라며 미국 철강관세 50%부과 등 현안에 총력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에서 첫 쇳물이 생산된 날(1973년 6월 9일)을 기념해 지정한 철의 날이었지만 행사장에는 축하보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철의 날을 만든 주인공의 땅, 포항은 더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포항제철소가 수개월 적자를 기록하면서 번듯한 회식 한 번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이달 말 수소환원제철 사업과 관련한 인허가가 끝나면 보다 빠른 속도로 관련 투자가 이뤄질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그나마 위로가 됐다.
업계는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과 전환에 투입해야 할 비용을 20조~3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스코가 발간한 '2050 탄소중립 선언·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가 기존 고로 설비를 유동환원로·전기로 등으로 교체하는 비용을 68조5천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지역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 지원과 함께 '포항 수소·철강·신소재 특화지구조성 및 철강산업 위기극복 특별대응'을 공약한 바 있어 정부의 '통 큰 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광양제철소가 전기판매 및 제품 수익이 더해지면서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포항제철소에서는 2~4고로와 2, 3(수리 중)파이넥스 공장이 가동 중에 있다.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은 지난해 문을 닫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사업이 본격화된다면 포항제철소는 제2의 전성기를 다시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국내 2위 철강기업 현대제철은 공장 가동중단(셧다운)과 사업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불황을 버티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와 함께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산 저가 철강문제가 겹치면서 잘 견디던 포항공장을 축소했다. 또 최근에는 굴삭기용 무한궤도 사업을 39년 만에 접는 것도 검토에 들어갔다. 앞서 4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천 철근공장 가동을 한 달간 중단했고, 포항2공장 역시 단계적으로 가동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희망퇴직, 임원급여 20% 삭감 등 전사적 비상경영체계도 시행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감산이나 매각 등 사업구조 개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정체기 맞은 2차전지 소재사업
불과 1년 반 전 만해도 포항은 2차전지 소재사업의 성공 가도에 힘입어 더 큰 도시를 꿈꿨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제조하는 에코프로비엠과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를 만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에코프로비엠의 매출은 ▷2021년 1조4천856억원 ▷2022년 5조3천576억원 ▷2023년 6조9천9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주가도 2022년 10만원 수준에서 2023년 58만원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에코프로비엠은 정체기를 맞았다. 2024년 매출은 2조7천668억원으로 전년보다 59.9% 줄었다. 영업이익도 341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주가도 폭락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2023년 9천525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이 2024년 2천998억원으로 68.52%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천64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현상이 계속되면서 당초 에코프로비엠이 올해 말 포항캠퍼스에 4천732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다.
캐즘을 극복하더라도 중국 배터리업체와의 경쟁이 숙제다.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시장을 넘어서야 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포항에 1조2천억원을 들여 전구체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계획을 철회했다.
또 포스코그룹이 중국 CNGR과 손잡고 만든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류션은 해산을 결의했고, 전구체 생산회사인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는 사업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두 법인은 2026년까지 1조5천억원을 투자해 포항 영일만4산업단지에 니켈·전구체 공장을 준공할 계획이었다.
포스코그룹은 조정은 하되 전기차 시장 회복에 대비해 2차전지 사업 투자는 계속할 방침이다.
그룹은 2030년까지 ▷광석·염호 등 리튬 자원 확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적격 니켈 생산체제 구축 ▷포항·광양 양극재 생산설비 증설 등에 총 2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구·구미·포항을 글로벌 2차전지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 산업 기반을 활용해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와 리사이클링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실질적인 정부 차원의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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