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인이 대구의 젊은이들을 파킨슨병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요? 대구가 현재 '한국의 코카인 수도'라는 이상한 새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전국 폐수(廢水)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하수구에 검출된 코카인 흔적이 서울보다 많다고 한다. 하지만 도시의 새로운 파티 이미지에 들뜨기 전에, 그 아래 도사리고 있는 더 어두운 진실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를 휩쓸고 있는 건 코카인이지만, 대구의 신경학적 미래를 바꿔놓을지도 모르는 건 코카인이 아닌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다.
파킨슨병은 일반적으로 노년층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퇴행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는 젊은층 발병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50세 미만의 환자 870명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이 가운데는 10대 남자 청소년 10명, 20~30대 남성 230여 명이 포함됐다. 같은 해 대구에서는 7,140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전국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수치이며, 2016년 대비 약 2,000명 증가한 수치다.
파킨슨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뇌 부위는 메스암페타민이 파괴하는 것과 같은 부위인 흑질(Substantia Nigra)이다.흑질은 쾌락을 경험할 수 있는 도파민을 생성하고 신체 움직임을 조절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화학물질에 매우 취약하다. 문제는, 이 흑질은 필로폰이 가장 먼저 공격하는 부위라는 점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남용되는 불법 약물인 필로폰은 강한 중독성과 독성을 지닌 공업용 화학물질의 혼합물로, 절대 인체에 섭취되어서는 안 된다. 체내에 들어오면, 흑질에 엄청난 부담을 주며 도파민을 비정상적으로 대량 분비시키고, 이어서 도파민의 재흡수를 차단한다. 결과적으로 도파민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실되면서, 우울증과 운동 기능 저하가 이어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뇌 기능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코카인은 필로폰과 다르게 도파민 분비를 강제로 유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시 재흡수를 방해하여 도파민 손실을 초래하고, 결국 우울증 유발 위험을 높인다. 두 약물 모두 뇌에 장기적인 손상을 초래하며, 우울증, 자살 충동, 운동 기능 저하와 연관되어 있다.
필자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필로폰 등 불법적인 마약을 사용했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필로폰 사용이 증가하는 도시는, 파킨슨병 위기의 기반을 스스로 쌓고 있다.
2023년, 대구 경찰은 대규모 마약 밀매 조직을 적발했다. 필로폰, 케타민, 합성 마리화나를 발견하고 압수했다. 총 시가로는 약 23억 4,600만 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필로폰만 해도 약 27,000회 투약 가능량이었다. 숨은 사용자들에게 수 개월간 공급이 가능한 양이다.
대구 경찰의 활약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 전문적이고 철저한 수사로 큰 피해를 막은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잡힌 게 이 정도라면, 붙잡히지 않은 건수는 얼마나 많을까?"
폐수에서 코카인 수치는 높게 나타나지만, 필로폰은 조용하고 저렴하며, 지역 내에서 은밀히 유통된다. 아직 폐수 검사에 잘 나타나지 않는 건 사용자 수가 적어서일 수도 있고, 더 조심스럽고 소규모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폐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도 보지 못한다."
오늘의 코카인은 연막일 수 있다. 내일의 필로폰은 대구를 단순한 파티 도시가 아닌, 40세도 되기 전에 손발이 떨리는 젊은 남성들의 도시로 바꿔놓을 수 있다.
과연 코카인이 대구 청년들을 파킨슨병에서 구해줄까? 그럴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필로폰은 대구의 미래를 무너뜨릴 수 있다.

앤서니 헤가티 범죄심리학자.DSRM 리스크 & 위기관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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