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 2차전지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이후 업황 회복에 올인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공장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후방산업인 장비 기업도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기화된 2차전지 업계 침체가 올해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나온다.

◆소재 업계 북미 진출 속도전
엘앤에프는 최근 미국 현지 리튬인산철(LFP) 생산 준비를 위해 현지 파트너사인 미트라켐에 1천만달러(약 145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확정했다.
미트라켐은 테슬라 출신 비바스 쿠마르가 미국 내 LFP 공급망을 구축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정을 준수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설립한 회사다. 2023년까지 제너럴모터스(GM)를 포함한 투자자들로부터 7천500만달러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바 있다.
미트라켐은 엘앤에프의 전략적 파트너로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LFP 미국 주요 기업에 제품 공급을 추진 중이며 차세대 소재인 LFMP와 전구체프리 LFP 양극 소재도 개발 중이다. 특히 연구개발(R&D)에 자체 AI와 자동화를 적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면서도 대량의 제품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이번 투자는 엘앤에프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북미 시장 진출 본격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LFP 양극재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후발 주자인 국내 소재사들도 양산 시점을 앞당기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LFP 양극재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 글로벌 LFP 양극재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 증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실제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4월 전세계적으로 등록된 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사용된 양극재 총 적재량은 67만1천800t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28.2% 증가한 25만1천100t을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리튬인산철(LFP) 시장의 적재량은 78.2% 급증하며 37만7천400t을 기록했다. 전체 양극재 적재량 중 LFP가 차지하는 비중은 56.2%로 과반을 넘어섰다.
엘앤에프는 올 하반기부터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1분기 주주총회에서 엘앤에프 측은 "지난 2년간 당사순이익 악화 특별 요인이었던 재고자산 관련 이슈는 올해 계약으로 완료되면서 장기 구매로 인한 손실을 올해부터 줄여갈 수 있고, 하반기에는 손익이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구에 본사를 둔 리튬 전문기업 미래첨단소재도 북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 법인 미래AMC가 캐나다 퀘백주에 거점을 마련해 북미 지역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또 최근에는 구미에 부지를 확보하며 2차전지 소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에코프로비엠도 캐나다 퀘백주에 양극재 공장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또 포스코퓨처엠은 GM과 합작을 통해 구축한 현지 공장을 내년 상반기 중 가동할 계획이다.

◆장비 기업도 꾸준히 성장 중
2차전지 후방산업인 장비 분야 기업도 매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배터리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면에서 중장기적 성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극공정 전문기업 씨아이에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신제품 전극공정 장비인 '하이브리드 건조 코터'가 경쟁 우위를 높였고 차세대 배터리 소재 기술 확보를 통해 시장 대응력을 높인 덕에 캐즘에도 입지를 높일 수 있었다.
특히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소재·장비 시장에 진출에 관심을 끈다. 최근 일본과 유럽의 유명 자동차 제조사 및 북미 에너지 기업과 전고체 배터리 관련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고체전해질 대량 양산을 위한 시범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연속식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구미의 피앤티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2.19% 상승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수주 증가와 원가 절감을 통한 이익 증대가 실적을 견인했다고 사측은 밝혔다. 앞서 올 1월에도 약 1천380억원 규모의 신규 계약 수주를 체결하기도 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환경이 신냉전시대로 접어들었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견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고, 유럽도 점차 역내 생산 공급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가 지속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 업계에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 한국 배터리사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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