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자산을 인수해 정리하는 기관을 배드뱅크(Bad Bank)라고 한다. 1980년대 미국의 부실 저축대부조합, 은행 등을 정리할 때 처음 도입되었다. 이재명 정부가 코로나19 피해로 인한 부채를 적극 탕감해 주겠다고 나서면서 배드뱅크 설립(設立)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부채(負債) 규모는 1천64조2천억원이다. 이 중에서 올해 9월까지 만기 연장(47조4천억원) 또는 원리금 상환이 유예(2조5천억원)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악성' 코로나19 대출은 49조9천억원이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때에도 빚 탕감 정책이 있었지만 기준(基準)이 엄격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선 후보 시절, "코로나 시기 국가가 나눠서 졌어야 할 책임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떠넘긴 건 부당하다"고 한 것으로 미뤄 볼 때, 이재명 정부는 훨씬 더 과감하게 빚 탕감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分析)이다. 하지만 '국가'의 책임이란 결국 '국민 모두의 책임' 또는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결과'로 귀결(歸結)될 수밖에 없다. 개인이 갚아야 할 빚을 미래 세대를 포함한 사회 전체가 대신 부담하는 셈이다.
국가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간 현재의 북한이나 히틀러 집권 전 독일 꼴이 난다. 더군다나 우리는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基軸通貨國)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50조원의 소상공인 긴급 대출(貸出)은 2022년 6월 윤석열 정부 초기 141조원 규모로 불어났지만, 대출 만기를 최대 3년까지 연장하는 사이 대출 규모가 약 50조원으로 줄어들었다. 착하고 부지런한 자영업자들이 각고(刻苦)의 노력으로 약 91조원의 빚을 성실하게 갚아 온 결과다.
만약에 무절제한 대규모 빚 탕감이 이뤄진다면 어렵게 빚을 갚은 수많은 착한 사람들은 한순간에 '바보'가 되고 만다. '버티면 빚은 없어진다'는 도덕적 해이(解弛)는 극에 달할 것이다. 채무조정(債務調整)의 필요성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이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기업과 소비를 살려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돈을 벌어 빚을 갚을 수 있는 경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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