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청이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실시하는 '맞춤형 정책'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 만족도와 밀착성 등이 높은 점은 돋보이지만, 정식 시행을 위해서는 지속성·안정성 보충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또래와 모국어 대화, 산후조리 속 피는 '이야기꽃'
"저희 두 살 차이라 그냥 '언니'라고 불러요!"
지난 13일 오전 찾은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아파트. 산모 도우미 이유나씨가 갓 돌을 지난 예서와 장난감 놀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사이 산모 당지우씨는 밀린 집안일에 한창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들은 예서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다가도 가끔은 서로 베트남어로 대화하며 웃었다.
서구청은 지난 2월부터 '결혼이민자 산모 도우미 대모(Big mama) 파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구가족센터가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서구가 사업 비용을 지원하는 구조다. 올해 편성된 예산은 2천만원 수준이다.
서구 거주 결혼이주여성이라면 출산 후 12개월 이내에 누구나 해당 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가족센터는 초기 면담을 통해 도우미 파견 시점과 기간(기본 주2회, 총 24회)을 결정한다.
가족센터는 신청자와 동일 국적의 결혼이주여성에게 보건복지부 인증 산모 도우미(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양성 교육을 실시한 뒤, 각 가정에 파견한다. 도우미들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산모 정보제공 및 정서 지원 ▷산모·신생아 가사 지원 ▷병원 방문 동행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서구청에 따르면 산모 도우미를 이미 파견 받은 신청자는 3명, 출산 일정 등을 이유로 대기 중인 신청자는 6명이다.
◆이용자 호평 속 '정식 사업' 추진하나
사업 대상자인 지역 결혼이주여성들은 서로 '입소문'을 낼 만큼 높은 만족도를 드러내고 있다. 지역 보건소 등에서 실시 중인 산모 지원책과 비교할 때 사업의 밀착성이 더욱 높다는 평이다.
당씨는 "정부에서 파견하는 산모 도우미 분들은 한국 국적의 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한국말이 서툴면 소통이 어렵고,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졌었다"면서 "반면 이 사업은 비슷한 또래의 동일 국적 도우미가 파견된다. 고향 이야기도 할 수 있고, 비슷한 또래라 정신적으로 의지하기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현재 당씨 외에도 베트남 출신 산모 한 명을 더 맡고 있다. 당씨와 달리 한국어가 서툰 해당 산모가 한국어 강의를 들을 때, 이씨가 아이를 대신 돌보는 식이다.
이씨는 "처음 한국에 와서 아이를 낳았을 때, 모든 게 낯설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다른 산모들은 그런 경험을 하지 않길 바랬다. 급여보다도 보람이 많은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당씨와 이씨는 "도우미 파견 기간 등을 확대해 시행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서구청 관계자는 "본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책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을 덜고,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돕겠다"고 말했다.
◆매번 '동일 국가 매칭' 어려워…전문가 "대안도 생각해야"
다만 일부 실무자들은 사업 운영상의 어려움이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난감한 상황은 지역 상주 인원이 비교적 적은 국적의 신청자가 나올 때다. 그만큼 같은 국적의 도우미를 모집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캄보디아와 태국 국적 신청자 2명은 동일 국적의 도우미가 모집되지 않아 지원이 미뤄지고 있다. 가족센터는 신청자들의 동의를 구해 다른 국적의 산후 도우미라도 임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수요·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사업 규모를 키우고, 체계적인 '대안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변 지자체들과의 협약 등으로 사업 범위가 넓어지면 신청자와 산모 도우미 모집이 모두 수월해질 것"이라며 "그래도 모든 수요에 완벽히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동일 문화권 출신 도우미 배치나 다문화 감수성 교육을 받은 한국인 도우미 배치 등의 대안을 함께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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