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무더위에 조심해야 할 반려견 고체온증

반려견 온열질환 과호흡.강아지는 더울 때 입을 크게 벌리고 빠르게 숨을 쉬는 호흡을 통해 열을 낮추는데 의존하게 된다.

대구의 여름은 덥기로 악명이 높다.요즘은 기후 변화로 인해 대구보다 더 뜨거운 도시들이 생겨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더위는 참기가 힘들다. 분지형 구조 때문에 온도와 습도를 더한 찜통 무더위가 특징적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사람도 힘들고 강아지들도 힘들다. 그에따라 예상치 못한 응급 상황으로 동물 병원을 찾는 동물 환자들이 있다. 여름철에 잘 생기는 반려 동물의 급성 질환들을 살펴보며 그 예방법을 알아보자.

◆고체온으로 인한 질병

강아지의 정상 체온은 38.5℃로 사람보다 2℃정도 높다. 그런데 사람과 달리 강아지는 온몸에 땀샘이 거의 없고 주로 발바닥과 코 주변에만 땀샘이 분포되어 있다. 이 때문에 땀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강아지의 발바닥에는 메로크린샘이라는 땀샘이 있어서 체온이 올라가면 땀을 분비하여 열을 일부 배출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또 코 주변에도 소량의 땀샘이 있어서 스트레스나 더위에 반응해 땀이 분비될 수도 있다.

결국 강아지는 더울 때 입을 크게 벌리고 빠르게 숨을 쉬는 호흡을 통해 열을 낮추는데 의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혀와 폐의 표면에서 수분이 증발하면서 열도 함께 방출되어 체온이 낮아지는 것이다. 종에 따라서도 체온 조절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생기는데 불독이나 퍼그, 시츄 등 코가 짧은 견종은 비강이 좁아 헐떡임을 통한 체온 조절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더위에 특히 취약하다.

또 비만하거나 심장, 신장에 문제가 있는 강아지들도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호흡을 통한 체열 발산 효과에도 한계가 있다. 뜨거운 여름에 마당개가 흙을 깊게 파거나 실내견이 현관 타일 바닥에 온 몸을 딱 붙이는 것도 체온을 효율적으로 낮추려는 노력인 것이다.

때로는 우리의 상식과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비오는 장마철이 대표적이다. 야간에 고체온증 환자견이 응급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보호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기 마련이다. 실내 온도가 꽤 많이 떨어졌는데 왜 고체온증이 발생하느냐는 것이다. 일단 흥분을 잘하는 개들은 체온 조절이 어렵다.

◆밀폐된 공간 위험

특히 실내 온도가 28℃ 이상이라면 밀페된 공간일 경우 더더욱 위험하다. 강아지가 실내에서 열심히 뛰어놀다가 체온이 오르게 되면 빠른 과호흡을 통해 체열을 낮추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 때 차가운 바닥 공간이 없다면 체온은 속수무책으로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관지 협착증이나 심장병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견일수록 고체온증의 위험은 높아진다.

기온이 비교적 쾌적한 25℃의 날씨라도 안심해서는 안되는 공간이 있다. 바로 햇볕에 노출된 자동차 실내다. 실험에 의하면 차 문을 닫아둔 채 햇볕 아래에 주차해 둔 차량의 실내 온도는 불과 20분만에 50℃를 넘어선다. 이 상황은 건강한 성인도 5분 이상 견디기 어려울 정도다. 강아지가 차 안에 갇힌다면 두려움으로 인해 흥분할 경우 빠른 시간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여름철 차 문을 닫아둔 채 햇볕 아래에 주차해 둔 차량의 실내 온도는 급격한 기온상승으로 반려견은 위험하다.

차량에 어린이나 반려견을 혼자 두고 내리는 행위를 범죄시 여기는 이유이다. 보호자와 함께 차를 탈 때도 개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차량 탑승시 불안해 하거나 흥분을 잘하는 개일수록 고체온증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애견용 카시트를 이용하고 바닥에 아이스 매트를 깔아주는 것이 좋다.

◆호흡을 살펴야

또한 더위는 몸살을 유발하기도 한다. 여름철 뜨거운 아스팔트나 모래 위를 걷다보면 발바닥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데 해가 저물어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해가 진 이후의 산책이라 하더라도 개가 평상시 보다 호흡이 빨라진다면 더워한다는 상황임을 직감해야 한다.

게다가 산책 시간이 비교적 짧았다 하더라도 이미 반려견은 지쳐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산책 후 평소보다 기력이 없고 식욕이 줄어드는 증상을 보인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더위를 먹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노령견, 비만견, 심장병, 신부전이나 디스크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견에게 더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여름철 산책을 할 때 보호자가 강아지의 행동을 오해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같이 산책을 할 때 헥헥거리면서 함박 웃는 듯한 모습을 보면 '아이고 우리 강아지 기분이 좋은가 보네.'라고 착각을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 때는 강아지의 표정을 보지말고 호흡을 살펴봐야 한다.

호흡이 빠르다고 생각되면 잠시 산책을 멈추고 시원한 그늘에서 물을 먹이고 5분 정도 개의 호흡을 지켜보자. 천천히 호흡이 잦아들고 편안해 보인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휴식을 취하고 물을 마셨는데도 계속 헥헥거리는 과호흡이 지속된다면 서둘러 귀가해서 개의 체온을 살펴야 한다.

이 때 지친 강아지를 생각해서 보호자가 개를 안고 이송을 하게 되면 체온 상승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차가운 얼음물을 손수건에 적셔서 다리와 엉덩이 주변의 체온을 낮추려는 노력을 먼저해야 한다. 갑자기 어디서 얼음물을 찾느냐고 반문하실텐데 이 말은 곧 여름철에 반려견과 산책을 할 때는 반드시 손수건과 차가운 얼음물을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비만견이나 심장병, 신부전, 디스크질환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견의 경우는 다음날까지도 건강 상태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24시간이 지난 후 더위 몸살로 인해 질병이 재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체온증의 증상과 예방법

강아지가 안절부절 못하며 분당 30회 이상의 빠른 호흡이 10분 이상 지속된다면 고체온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만약 입을 벌리고 힘들게 호흡하는 모습이 관찰된다면 긴급 상황이라 판단해야 한다. 차가운 물수건이나 아이스패드를 배와 엉덩이, 사지에 번갈아 접촉시켜서 체온부터 낮춰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흡의 개선이 없다면 동물 병원으로 응급 내원을 해야만 한다. 이 때 동물 병원으로 이동 중에도 차가운 물수건이나 아이스패드로 체온을 계속 내려주어야 한다.

동물 병원에 온 환자견은 고체온증에 대한 응급 치료와 수액과 산소를 집중 공급받는다. 심장, 폐부종 또는 폐충혈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혈액 검사를 통해 기저 질환의 악화 여부를 감별한다. 디스크의 재발, 떨림, 경련, 구토 등의 증상이 관찰된다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MRI 검사가 적용되기도 한다.

온열질환 환자견의 경우 24시간 이후 후유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건강해 보이더라도 보행의 이상, 수면 중 불안행동, 식욕부진,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하여야 한다.

반려견 온열질환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산책을 할 때는 얼음물을 챙긴다. 둘째, 원룸에 혼자 개를 두고 출근을 한다면 실내 온도를 26℃ 이하가 유지되도록 송풍 또는 에어컨 냉방을 해야 한다. 만약 에어컨 냉방이 어려울 경우 대리석 타일이나 아이스 쿨매트를 여러 곳에 비치해둔다.

셋째, 여름철에는 도심 바닥열이 충분히 낮아지는 밤 10시 이후의 산책을 권한다. 넷째, 기저 질환이 있는 반려견이라면 산책 시 아이스 쿨매트를 깐 애견용 유모차를 동반한다. 다섯째, 차량 이동 시에는 애견용 차량콘솔박스 또는 플라스틱 이동 켄넬을 이용한다. 이 때도 바닥에 아이스 쿨패드를 깔아주면 강아지가 한결 안정되게 이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