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구미 광평중학교 강당이 200여명의 뜨거운 함성과 '떼창'으로 가득 찼다. 구미시새마을여성합창단이 주관한 '찾아가는 음악회'에서 학생들의 엄마뻘 되는 단원들이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편곡으로 재탄생한 '아파트'를 부르자, 클래식 합창 공연은 순식간에 열광적인 콘서트 현장으로 변했다.
합창단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준비한 대중가요 무대는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이무진의 '신호등' 전주가 흘러나오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안예은의 '문어의 꿈'과 10cm의 '아메리카노' 등 친숙한 멜로디가 이어지자 학생들은 약속이나 한 듯 노래를 따라 부르며 어깨를 들썩였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아파트'였다. 예상치 못한 최신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의 등장에 학생들은 열광했다.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들까지 한 목소리로 후렴구를 외치며 박수를 치는 모습은,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낸 선곡이 어떻게 세대를 통합하는지를 실감케 했다.
공연을 관람한 한 학생은 "합창 공연에서 로제 버전 '아파트'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최고의 시간이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공연이 대중가요만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었다. 합창단은 '첫사랑', '고향의 봄' 등 서정적인 가곡으로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특별 출연한 소프라노 우명선은 오페레타 '말괄량이 마리에따' 중 '이탈리안 거리의 노래'로 좌중을 압도했다. 오카리니스트 김준우가 영화 '왕의 남자' OST '인연'과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 아리아'를 연주할 때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번 음악회는 새마을여성합창단이 먼저 제안하고 음악 중점 학교인 광평중이 흔쾌히 문을 열면서 성사된 성공적인 민관-학교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표태용 합창단 지휘자는 "학생들의 호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워 단원들 모두 큰 보람을 느꼈다"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도 구미 지역 다른 학교에서 공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수철 광평중 교장은 "이번 공연은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 학생들에게는 문화적 감수성을 교사들에게는 청소년과 소통하는 법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며 "이처럼 청소년들의 삶에 직접 찾아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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