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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케피코, 하청업체 기술자료 무단 유출로 4억7천만원 과징금

공정위 "베트남 진출 거절한 A사 자료 경쟁사에 제공"
금형도면 부당 요구·비밀유지계약 미체결도 적발

공정거래위원회. 매일신문 DB
공정거래위원회. 매일신문 DB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케피코가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무단 유출한 혐의로 과징금 4억7천400만원을 부과받는다. 당국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술탈취 강력 근절'에 시동을 건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현대케피코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이 같이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자동차 전자제어시스템을 제조하는 현대케피코는 2009년 베트남 진출 이후 국내 부품을 현지화하는 과정에서 수급사업자 A사에게 베트남 진출을 제안했다. A사가 회사 사정으로 거절하자, 현대케피코는 2023년 3월 A사와 협의 없이 불량 치수 보고서 등 부품개발 관련 기술자료 5건을 경쟁 사업자인 B사에 넘기고 해당 부품 개발에 참고하도록 했다.

또한 2018년 5월부터 2021년 7월까지 또 다른 수급사업자 C사에 금형도면 4건을 요구해 받았다. 공정위는 제조 위탁에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가 아님에도 부당하게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요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현대케피코가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받으면서 요구 목적이 적힌 기술자료 요구서를 주지 않은 24건,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6건도 적발해 시정 조치했다. 또한 3개 수급사업자와 19건의 금형 제작계약을 맺으면서 수급사업자에게만 일방적으로 비밀준수 의무를 부과한 행위도 적발해 경고했다.

다만 현대케피코가 수급사업자로부터 받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기술자료 중 일부는 하도급업체 내부적으로 대외비로 설정하지 않아 비밀관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하도급법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들이 해당 자료를 비밀로 관리했다면 법 위반에 해당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에도 현대케피코가 하도급 계약 때 납품 시기가 적히지 않은 계약서를 발급하거나 지연이자를 미지급한 혐의 등으로 과징금 5천400만원을 부과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를 고질적인 불공정 행위로 보고 지난 1일 공정위에 현대케피코를 검찰에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현대케피코는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김홍근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 기술유용조사과장은 "이번 조치는 자동차 금형업계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적발·제재한 것"이라며 "비록 납품단가 인하나 협력업체 이원화를 위한 행위가 아니더라도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한 행위와 제3자에게 기술자료를 제공한 행위를 엄정하게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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