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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산책] 국가암검진, 아직도 미루고 계신가요?

김성재 대구 강남종합병원 소화기내과 원장
김성재 대구 강남종합병원 소화기내과 원장

해마다 연초가 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검진 대상자 안내문이 도착한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 안내를 받고도 바쁘다는 이유로 "연말에 하지, 뭐." 또는 '아무 증상이 없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치곤 한다. 특히 암검진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에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소중한 생명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국가암검진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다. 국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위암·대장암·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폐암 등 6가지 암에 대해 정기적으로 검진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검진은 비용 부담 없이 혹은 소액으로 받을 수 있으며, 공단이 전체 또는 일부를 지원한다.

검진 주기는 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예를 들어 위암은 만 40세 이상이면 2년에 한 번, 대장암은 만 50세부터 매년 한 번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은 여성에게 반드시 필요한 검진이며, 간암이나 폐암은 고위험군에 해당할 경우 정기검진이 더욱 강조된다.

지금 현재도 국내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나머지 5대 암검진에 대하여도 국내 다빈도 발생건수 암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좋은 제도가 있어도 정작 검진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6대 암을 모두 시행하는 지정 병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예를 들어 한 병원은 위암과 대장암 검진만 가능하고, 또 다른 병원은 폐암 검진만 시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분산된 구조로 인해, 한 번에 모든 검진을 끝내려던 계획이 번번이 미뤄지게 된다. 이로 인해 "귀찮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가 점점 설득력을 얻고, 검진 기회는 눈앞에서 지나가버린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의지다.

암은 대부분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 통증도 없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꾸만 미루고, 결국 뒤늦게 발견돼 치료가 더 어렵고 고통스러워진다. 반면, 조기에 발견된 암은 치료율이 높고 생존율도 획기적으로 증가한다. 위암은 특히 초기에는 소화불량, 복통과 같이 증상이 모호하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위암과 유방암의 경우 1기에서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0%를 넘는다.

검진 대상 여부는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나 (☎1577-1000 → 4번 → 0번 누르면 건강검진 관련 상담사 연결이 가능하다.) 콜센터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한 조회만으로도 본인이 어떤 암검진 대상자인지, 어디서 검진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작년에 바쁘다는 이유로 검진을 못했다면 건강보험공단에 연락해 변경신청을 하면 올해 대상자로 변경을 할 수 있다. 물론 실제 검진 병원이 가까이에 없을 수 있지만, 조금의 수고로움이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은 아무렇지 않더라도, 그 침묵 속에 병이 자라고 있을 수도 있다. 국가암검진은 바로 그 침묵을 먼저 깨주는 도구다. 부디 다음 기회로 미루지 말고, 오늘이라도 한 번 더 살펴보시기 바란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 건강관리다. 당신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 바로 국가암검진이다.

김성재 대구 강남종합병원 소화기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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