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감원-빅테크 손잡자 불법금융광고 급감…카카오 27만 계정 차단

AI 앞세운 자율규제로 온라인 금융사기 예방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이 카카오, 구글 등 빅테크와 손잡고 불법 금융 광고 및 투자 권유 차단에 나선 결과, 관련 범죄가 대폭 감소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자율규제 도입 1년여 만에 카카오에서는 27만건이 넘는 부정 사용 계정이 이용 제한됐고, 구글에서는 불법 광고 관련 이용자 신고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5일 밝혔다.

최근 포털, SNS 등 온라인 플랫폼이 불법 금융업자들의 주요 활동 무대가 되면서 투자금 편취 사기가 급증해왔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불법 광고가 빠르게 확산하며 피해 규모도 커졌지만, 플랫폼에 관리 책임을 묻는 법적·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었다.

이에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주요 빅테크와 협력 체계를 구축, 지난 2024년 8월부터 불법 금융 광고와 불법 리딩방을 차단하는 자율규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카카오는 금감원의 협력 체계 구축에 맞춰 불법 리딩방 운영을 막고, 금융사 임직원 사칭 사기를 근절하기 위한 '페이크시그널' 시스템을 도입했다. 페이크시그널은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결합해 카카오톡 프로필 정보, 계정 이력 등을 분석해 사칭이 의심되는 계정을 자동으로 탐지하는 시스템이다. 의심 계정 프로필에는 경고 표시가 뜨고, 이용자에게는 신고 방법을 안내한다.

시스템이 도입된 후 카카오에서 올해 6월 말까지 불법 리딩방을 운영하다 적발된 계정은 5만2천건에 달했다. 모두 이용 제한 조치를 받았다.

특히 AI 기반의 사칭 탐지 기능이 강화되면서, 금융사 임직원 사칭 등으로 제재된 계정도 22만1천건이나 됐다. 이는 제도 도입 직전 같은 기간(13만183건)과 비교해 9만551건(69.6%) 증가한 수치다.

구글 역시 지난해 11월 7일부터 인증된 광고주만 금융상품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서비스 인증(Financial Services Verification, FSV)' 제도를 도입했다. FSV는 국내에서 영업하는 해외 빅테크 사업자로서는 첫 시도다. 금융 광고를 하려는 광고주는 회사명, 주소 등 정보를 구글에 제출해 금감원이 제공하는 제도권 금융사 정보와 비교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FSV는 사전 인증 절차 도입으로 미인증 업체의 불법 투자 광고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제도 도입 후 첫 6개월간 불법 금융 광고에 대한 월평균 이용자 신고 건수가 50%나 감소했다.

금감원은 카카오와 구글의 자율규제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 다른 온라인 플랫폼으로도 이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8월 중에는 주요 플랫폼 및 관계기관과 간담회를 열어 성과를 공유하고 현장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다만, 일부 플랫폼만 자율규제를 도입할 경우 불법업자들이 규제가 없는 곳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금감원은 온라인 플랫폼에 불법 금융 광고 유통 방지 노력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제화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율규제가 불법업자들의 사기 및 불법 금융 광고 유통 경로를 더욱 촘촘하고 강력하게 차단해 안전한 금융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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