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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교영] '치매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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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치매머니'는 치매 환자의 자산을 일컫는다. 아들을 선생님, 딸을 여사님이라 부르는 치매 노인들의 재산은 범죄의 표적이 된다. 인지력, 사고력, 기억력이 떨어진 치매 환자가 자신의 돈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족·친척, 혹은 제3자가 통장의 돈을 빼가거나 사기를 쳐도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치매머니가 사회 문제로 불거졌다. 국내 치매머니는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는 154조원에 이른다. 이는 2023년 기준이며, 2050년 48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 자산(소득·부동산·금융자산) 전수조사(全數調査)' 결과다.

한국에선 치매머니 보호 제도가 허술하다. 치매 노인의 금융자산과 부동산은 무단(無斷) 인출, 편법 증여, 조직적 약탈에 노출된다. 치매가 발병하면 금융 거래는 사실상 가족의 양심과 선의(善意)에 맡겨진다. 가족이 없다면 더 난감하다. 설사 가족이 있어도 그 가족이 남보다 못하면, 상상을 초월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치매 노인의 법적 판단 능력이 흐려졌다는 사실이 명확해도,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제도는 제한적이다. 성년후견제도(成年後見制度)가 있으나,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 부담이 크다.

일본은 치매머니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성년후견제도가 우리보다 활성화돼 있다. 치매나 인지장애가 발생하면 가족뿐 아니라 지자체, 사회복지사, 변호사 등이 후견인으로 참여해 자산 관리와 중요한 결정을 맡는다. 후견인의 행위는 법원의 감독을 받는다. 물론 일본의 후견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다. 비용 문제나 후견인의 권한 남용(濫用) 논란도 있다. 그러나 일본은 치매머니를 '가족 내부의 문제'로 두지 않고,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이다.

우리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문제가 커진 뒤,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 없다. 성년후견제도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공공(公共) 후견 확대와 금융기관·지자체의 조기 개입 제도화가 시급하다. 국민연금공단이 올해부터 치매 안심 재산 관리 지원 등의 공공 신탁 시범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고령자의 존엄과 재산권을 지켜주는 것은 나라의 품격이 걸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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