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리 갈아엎었더니…논 속에 탄소가 숨었다

경북대, 벼 논 토양 구조 개선·탄소저장 '녹비 농법' 효과 입증
물에 잠긴 논에서도 통하는 탄소중립 농법
입단 안정성 22%↑…녹비 농법, 탄소저장 가능성 확인

겨울 논에 심은 보리가 봄을 맞아 '탄소의 집'이 됐다. 경북대 연구팀은 녹비 농법이 토양 구조를 단단하게 하고 탄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물에 잠긴 논에서도 지속가능한 농업이 가능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제시된 것이다.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이정구 교수팀은 보리 등 풀을 겨울 논에 심은 뒤 수확하지 않고 갈아엎는 '녹비(Green Manure)' 농법이 벼 재배지 토양의 구조 개선과 유기탄소 저장 측면에서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13일 밝혔다.

녹비는 겨울철 휴경기에 보리와 같은 작물을 재배한 뒤, 이를 수확하지 않고 토양에 되돌려주는 친환경 농법이다. 기존 연구는 주로 밭이나 건조한 토양에서 녹비의 효과를 다뤘으며, 물에 잠긴 논 환경에서 토양 구조 변화와 탄소의 안정적 저장 효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한 사례는 드물었다.

연구팀은 2년간 벼 재배 논 토양에 녹비 작물을 재배·환원하고 토양의 물리·화학적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토양 입자가 뭉쳐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입단 안정성'이 기존 화학비료(NPK) 농법 대비 약 22% 높았다. 이는 토양 구조가 더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분해가 어려운 '난분해성 탄소'와 토양 건강 지표인 '휴믹산' 함량도 뚜렷하게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토양 건강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물이 많은 논에서도 유기물 분해가 느린 특성을 활용해 탄소를 장기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토양 분석 결과, 녹비가 미세 입자 구조와 무기물 결합을 촉진해 탄소의 장기 저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구 교수는 "녹비는 단순한 유기비료를 넘어 지속가능한 농업과 탄소중립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한국형 탄소중립 농업 모델 정립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환경·농업 분야 국제학술지 '토양 생물학 및 생화학(Soil Biology and Biochemistry, IF 10.3, JCR 상위 3.1%)' 7월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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