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 예안향교 제63대 이필상 전교 취임…"600년 향교, 소통·화합으로 지역과 함께 도약"

故 박천민 전교 유가족, 발전기금 1천만원 기탁

지난 23일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에서 열린 안동 예안향교 제63대 전교 취임식에서 이필상 전교가 취임사를 하고 있다. 안동시의회 제공
지난 23일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에서 열린 안동 예안향교 제63대 전교 취임식에서 이필상 전교가 취임사를 하고 있다. 안동시의회 제공

지난 23일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에서 열린 안동 예안향교 제63대 전교 취임식에서 이필상 전교가 취임사를 하고 있다. 안동시의회 제공
지난 23일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에서 열린 안동 예안향교 제63대 전교 취임식에서 이필상 전교가 취임사를 하고 있다. 안동시의회 제공

안동 예안향교가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제63대 전교로 선임된 이필상 전교의 취임식이 지난 23일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에서 열리며 지역 유림과 각계 인사들의 큰 관심 속에 성대하게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안동과 예안을 대표하는 향교 원로를 비롯해 감사, 장의, 유도회원, 유림단체 대표, 문중 대표, 기관·단체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권기창 안동시장, 김경도 안동시의회 의장,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김종길 박약회 중앙회장, 정상영 경북향교재단 이사장, 이충섭 안동향교 전교, 김의승 전 서울시 제1행정부시장 등이 함께해 지역을 대표하는 취임식의 위상을 드러냈다.

행사는 전통 의례에 따라 문묘향배와 상읍례가 엄숙히 진행된 뒤 윤리선언문 낭독으로 이어졌다. 유림의 도덕적 책무를 새기고, 전통과 현대를 잇는 향교의 역할을 다짐하는 장면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순간은 고(故) 박천민 전교의 유가족이 취임식에 직접 참석해 예안향교 발전기금으로 1천만원을 기탁한 장면이었다. 선친의 뒤를 이어 향교 발전을 기원하는 뜻은 행사장을 가득 메운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소통하는 향교로 거듭나겠다"

지난달 열린 예안향 유림 임시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된 이 전교는 선배 전교들의 뒤를 잇는 책임감과 함께 시대적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예안향교는 단순히 유교 교육기관이 아니라 600년 역사를 간직한 지역 정신문화의 상징"이라며 "앞으로는 선현들의 뜻을 계승하고, 오늘의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향교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 전교는 특히 최근 몇 년간 안동과 예안향교를 둘러싸고 불거졌던 갈등과 유림 내 대립을 언급하며 "더 이상 내부 다툼으로 지역 사회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 화합과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도 참석자들은 과거의 갈등을 뒤로하고 하나 된 목소리로 향교의 미래를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학문과 실무 경험 겸비한 지도자

1944년생인 이필상 전교는 한양대학교 상경대학과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필리핀 '데라살레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전기연구원, (주)삼보컴퓨터 부사장, 한빛방송 대표이사 등 주요 기업과 기관에서 다양한 보직을 맡으며 실무와 경영 경험을 쌓았다.

학문적 기반 역시 단단하다. 그는 신안산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고, 예안현향친회 회장, 한국호텔관광교육재단 고문,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감사, 퇴계학연구원 감사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아 학술과 지역사회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며 국가 정책 자문에 참여한 바 있다. 1969년에는 대통령 무공포장을 수훈하며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예안향교의 상징성과 과제

예안향교는 1411년 창건된 이후 수차례 중수를 거쳐 원형을 유지해왔으며, 퇴계 이황 선생과 유림들이 제정한 '예안향약'은 전국 향약의 모범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건물 전체가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단순한 교육 공간을 넘어 공동체 윤리와 유교적 가치를 실천하는 장으로서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향교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회 전반에서 유교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전통의 의미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시민과 호흡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이 전교는 이러한 도전에 대해 "청소년 인성교육과 시민 교양강좌, 문화행사 등을 적극적으로 열어 유교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 녹여내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화합의 전통, 미래의 도약

이번 취임식은 단순히 전교의 교체를 넘어, 유림 사회와 지역 공동체가 함께 화합을 다짐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과거의 갈등을 털어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예안향교가 청소년 교육, 시민 문화, 지역 화합의 중심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600년 역사를 이어온 예안향교는 이필상 전교의 리더십 아래 시대 변화에 발맞춰 유교적 가치와 지역사회의 요구를 함께 아우르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취임식에서 울려 퍼진 축하와 격려의 박수는 그 길에 대한 기대의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지난 23일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에서 열린 안동 예안향교 제63대 전교 취임식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동시의회 제공
지난 23일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에서 열린 안동 예안향교 제63대 전교 취임식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동시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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