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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박헌경] 책략(策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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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경 변호사

책략이란 상황을 분석하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혜로운 계획을 의미한다. 이것은 어떤 이를 해치려고 속임수를 쓰거나 일을 꾸며내는 모략이나 음모와는 구별된다. 책략은 기본적으로 기존 체제를 허물고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이런 일을 맡아하는 사람을 책사 또는 전략가라고 한다. 한나라의 장량이나 삼국지에 나오는 위의 순욱, 촉의 제갈량, 오의 주유나 노숙 같은 사람들을 우리는 책사라 부른다.

인류 역사는 힘의 균형과 그 균형을 흔드는 책략의 연속이었다. 고대 제국의 흥망에서부터 근현대의 두 차례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세계질서는 언제나 강자의 책략에 의해 흔들리고, 약자의 대응 전략에 따라 새로운 판이 짜였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의 국제정세는 양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인 20세기 초반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시대와 닮아 있다.

푸틴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략하여 국제질서를 힘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고, 트럼프의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 아래 그린란드마저 돈과 힘으로 빼앗으려 하고 있으며, 관세전쟁을 통해 동맹국조차 희생을 강요한다. 시진핑의 중국은 '중국 굴기'를 내세우며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과 갈등을 일으키고, 우리나라 서해안에까지 구조물을 설치하고 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참정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이들은 국민주권 대신 천황을 신성한 존재로 받드는 국가주권주의를 내세우며 위안부 허구설, 난징학살 부정 등 전전(戰前) 군국주의의 망령을 되살리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 지원의 대가로 최신 군사기술을 확보하고 핵미사일 전력을 완성하여 우리를 직접 위협하고 있다.

국제질서가 이토록 비상한 상황인데도, 우리 정치권은 여전히 해방 직후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좌우 진영으로 갈라져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라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와 5대 군사강국의 위상을 갖춘 나라다. 이제는 그에 걸맞은 안목과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한반도 안에서만 아웅다웅할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새로운 해법을 구축하는 책략을 세워나가야 한다. 그 책략의 핵심은 인재 양성과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부국부민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국제질서를 통찰하고 국가 생존을 도모하는 장기 전략이 요구된다.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 줄어드는 인구라는 한계를 극복할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국민의 실력을 키우고, 인재를 길러내며, 세계의 두뇌를 끌어들이는 것이 곧 대한민국의 힘을 키우는 길이다. 중국의 덩샤오핑은 이미 그 교훈을 실천했다.

그는 박정희의 '과학입국' 정신을 배워 과학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인재를 양성하였으며 외국인 두뇌를 포함하여 해외 인재를 대거 영입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중국은 오늘날 인공지능, 자율주행, 드론, 바이오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추격하는 수준에 올라섰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젊은 인재들은 과학기술 분야를 외면하고 의대로만 몰리고 있다. 해외 인재 영입은 고사하고 우리의 과학기술 인재조차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개정'으로 기업을 옥죄기만 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3대 특검으로 보수세력을 궤멸시키려 하고 있고 사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란특별재판부까지 설치하려 하고 있다.

한편, 위헌정당해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해체 일보 직전에 내몰린 국민의 힘은 민심에 역행하며 강성 당원과 유튜브 세력에 의존하여 '윤 어게인'만 외치고 있다. 국민의 힘은 대대적으로 생존을 위한 장기적인 계책을 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상한 상황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책략이 보이지 않고 이를 추진해 나갈 전략가도 보이지 않는다.

역사는 준비된 국가에 기회를 준다. 우리는 폐허 위에서 세계가 놀란 경제 성장을 이뤘고, 민주주의와 번영을 함께 성취했다. 이제는 그 저력을 미래를 설계하는 힘으로 바꾸어야 한다. 강대국의 책략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새로운 판이 짜일 때 그 판을 주도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국민의 실력이 곧 국가의 실력'이라는 말처럼, 인재 양성과 과학기술을 축으로 한 비상한 책략으로 험난하고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이 당당히 일어설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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