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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서광호] 대학 창업, 양의 시대는 끝났다…이제는 '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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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호 사회부 사회팀장

서광호 사회부 사회팀장
서광호 사회부 사회팀장

대학가의 창업 열기가 조금씩 식고 있다. 한때 뜨거웠던 창업 붐이 정점을 지나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단순히 창업자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대구권 7곳 대학의 창업자 수는 137명으로 전년 대비 7.5% 감소했다. 창업 강좌 수와 창업 교육 운영비도 줄었다. 창업의 꿈을 키우는 경진대회와 캠프 등도 감소세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대학생 창업이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는 숫자의 감소가 아니라 창업의 질적 한계에 있다. 전국 대학생 창업 기업 중 절반 가까운 곳의 매출액이 '0원'인 현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창업자 1명의 평균 매출액은 고작 878만원에 그친다. 고용 창출 효과도 창업자 1명당 0.3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대표자 혼자 운영하는 구조로, 실질적인 경제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29세 이하 청년 창업자의 평균 준비 기간이 6.7개월로 전체 평균보다 3개월 이상 짧다. 이처럼 준비 부족과 사전 학습 미흡은 높은 폐업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이제는 창업 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시급하다. 단순히 창업자 수나 교육 이수자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매출액과 고용 창출, 그리고 기술 경쟁력을 갖춘 실질적인 창업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기술 성숙도'가 곧 창업 경쟁력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대학 창업 교육도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 대구권 대학의 창업 강좌 중 대부분이 이론형 수업이다. 창업 입문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법률과 세무, 투자 유치, 마케팅 등 실전형 교육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계명대가 올해부터 실습형(PBL) 창업 교육으로 전환하고, 기초-실천-심화-문제해결의 4단계 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로봇, 헬스케어, IT 분야를 중심으로 한 기술 창업 강화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한다.

대구경북 지역의 의료기기, 자동차부품, 에너지 등 특화 산업과 연계한 창업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의 산업 기반과 기술력을 활용한 차별화된 창업 모델 개발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대구대가 창업중심대학으로 선정돼 '경북-대구권 선순환 기술창업 벨트 구축'을 비전으로 100억원 규모의 경북 펀드를 조성하고, 연구소 기업 설립을 지원하는 것은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대구권 대학의 창업 지표 감소는 위기가 아닌 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양적 확산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질적 성장,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화 전략, 그리고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 구축이 새로운 과제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창업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 마케팅 자금 지원과 공공 조달 연계, 사회보험료 보조, 세금 감면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기 실적에만 매달리다 조기 폐업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창업은 더 이상 '스펙용'이나 '이력용'이 되어선 안 된다. 실질적인 매출과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진정한 의미의 창업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은 물론 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창업 정책의 질적 전환을 추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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