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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의 국제정세] APEC을 앞둔 정세와 대미협상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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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오는 10월 31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부산 APEC 이후 한국에서 20년 만에 개최되어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 경제력은 선진국에 진입해 있으며, 국가 위상도 매우 높아졌다.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지구촌을 매료시키고 있다. APEC 회의에서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APEC을 앞두고 한반도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상황과 비교해보자.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에 참여했으며, 노 정부는 대북 햇볕정책을 명분으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우리 국민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 북한 핵 문제는 국민 염원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헌법에 핵 무력화 정책을 명시해 놓았으며, 한국을 적대적 국가로 취급하고 있다. 그는 수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와 핵시설을 시찰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에 전혀 관심 없으며, 트럼프 2기 정부를 상대로 핵 군축 협상을 원하고 있다. 이는 햇볕정책이 '실패했다'라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3일 중국의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핵을 보유한 3국 정상은 천안문 망루에 서서 미국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 북·중·러의 결속으로 신냉전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일본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차기 총리 유력후보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한·미·일 공조 체제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북·러 군사조약 체결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푸틴·김정은 사이에는 혈맹관계가 구축되어 있다. 한국에 위협적인 요인이다. 북한은 시진핑 정부와도 관계를 개선했으며, 이제 러시아·중국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확보하였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메이커'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권유에 즐거워했으며, 김정은과 만남도 원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중국·러시아를 방패로 삼아 미북정상회담에서 핵 군축을 추진하려 들것이다. 큰일이다. 이재명 정부는 APEC 행사를 기회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매듭짓지 못한 한·미 통상 문제 등 4가지 남은 숙제를 APEC 행사 전후로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관세는 한국경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첫째,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무역협정을 발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자동차 관세 15%를 적용받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말 한·미 통상협상을 타결했으나, 행정명령 등 후속 조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대미수출에 있어 아직 25% 관세를 물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 품목관세 인하(15%) 합의가 조속히 발효되어 한국자동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3천500억 달러 대미투자 펀드를 둘러싸고 사용처, 수익배분 등 세부 내용이 한·미 간에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한·미 실무협상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해결방안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우리 근로자 300명이 체포당했다.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미 정부가 우리 기업을 위해 비자 여건을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 여론이 팽배해 있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내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트럼프 정부에 반영시켜야 할 것이다.

넷째, 트럼프 행정부가 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기업은 물론 미국 조선업체에 대한 지분확보 움직임을 보인다. 국내기업들이 그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는 만큼, 정부는 우리나라 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APEC을 목전에 두고 안보·경제 환경에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당면한 과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성공적인 국제행사 개최를 위해 사전점검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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