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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강남초 학교시설복합화, 주민의견 수렴없이 강행 논란… 아이들 안전·놀이공간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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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난 해결 명분, 아이들 공간 축소 우려
학부모 의견 배제·졸속 추진 지적

경북 안동강남초등학교 뒷편 골목길은 주거단지와 학원가를 연결해주고 있는 주요 통로이지만 지역 내 주차공간 부족으로 이중주차가 빈번히 아이들의 보행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안동시에 안심보행로 마련을 요청했지만 주정차 민원을 이유로 거부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진 기자
경북 안동강남초등학교 뒷편 골목길은 주거단지와 학원가를 연결해주고 있는 주요 통로이지만 지역 내 주차공간 부족으로 이중주차가 빈번히 아이들의 보행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안동시에 안심보행로 마련을 요청했지만 주정차 민원을 이유로 거부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진 기자

경북 안동시와 경북교육청이 추진 중인 안동강남초등학교 학교시설복합화 사업이 학부모와 지역 주민 사이에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주차난 해소와 복합 커뮤니티 시설 조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아이들의 안전과 생활 공간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다.

사업의 핵심은 학교 운동장을 활용해 지하 주차장과 복합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하동 일대는 주거지·학원·상가가 밀집된 지역으로 도로는 불법주차와 이중주차로 포화 상태다.

아이들에게 사실상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학교 운동장이었다.

아이들은 수업 후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축구를 하고, 학원 이동 시에도 학교를 관통해 보행했다. 학부모들 역시 도로의 위험 때문에 "학교에서 놀라"고 교육해왔다. 실제로 정하동 지역에서는 학교와 학원가를 연결하는 도로에서 학생과 차가 부딪히는 교통사고가 빈번히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복합화 사업이 시작되면 최소 2년간 운동장 사용이 불가능하고, 공사 이후에도 운동장은 현재의 3분의 2 크기로 축소된다.

학부모들은 "아이들 놀이터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일부 아이들조차 "운동장을 못 쓴다니 속상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학부모들은 학원가와 연결되는 전용 보행로 설치를 요구했으나 안동시는 주민 주차 문제에 대한 민원 발생을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 큰 문제는 외부인의 주차장 출입으로 인해 아동 납치·유사 범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전국적으로 학교 안전 문제가 민감하게 다뤄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시설을 학교 안에 들이는 셈이다.

그럼에도 안동시와 경북교육청은 학부모와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 이미 조감도와 임시 설계도까지 공개됐고 내년 본 설계 착수를 앞둔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뒤늦게 소식이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학교의 가장 큰 이용자인 학생·부모의 의견조차 묻지 않았다"며 배신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하동은 신혼부부와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젊은 세대에게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안전과 교육환경이 악화되면 젊은층은 새 아파트 단지가 있는 용상·송현·옥동, 도청 신도시 등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실제 안동강남초는 지난해까지 1학년 4학급 이상을 유지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3학급으로 줄었다.

경북 안동강남초등학교의 전경과 인근 주거 단지의 모습. 계획도시 형태로 조성된 안동시 정하동 지역은 주거 단지와 인접해 초등학교를 품은 형태로 지어져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지역이다. 김영진 기자
경북 안동강남초등학교의 전경과 인근 주거 단지의 모습. 계획도시 형태로 조성된 안동시 정하동 지역은 주거 단지와 인접해 초등학교를 품은 형태로 지어져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지역이다. 김영진 기자

학부모들은 "최소 2년간 운동장을 못 쓰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받는 다면 전학과 이사로 이어져 학생 유출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하동 지역은 노년층에게도 조용히 거주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학령기 자녀를 둔 가구가 떠난다면 지역은 노후 아파트 단지와 고령화 문제, 소비 침체로 인한 상가 폐업만 남게 된다. 지역 발전을 해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안동시와 경북교육청은 주차난 해소와 주민 편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의 안전·놀이공간·교육환경을 희생시키는 사업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이미 충북 단양 등 타 지역에서는 주민 반발로 학교시설복합화가 중단된 사례도 있다.

한 학부모는 "운동장도 못 쓰고 체육활동을 버스로 나가서 해야 한다면 제대로 된 학교생활이 가능하겠느냐"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없애면서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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