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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은 공공주택을 혐오하는 것일까? [가스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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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름 경기 과천에서 열린 과천청사 유휴부지 공공주택 조성 반대 집회에 참여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기채널
2020년 여름 경기 과천에서 열린 과천청사 유휴부지 공공주택 조성 반대 집회에 참여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기채널

2020년 여름 초선에 불과했던 경기 의왕·과천 지역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 과천의 대스타로 등극했다. 문재인 정부가 과천청사 유휴부지에 공공주택을 지으려 하자 그는 "청천벽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고전하던 문재인 정부의 야심찬 공공주택 공급 정책에 초선의원이 반기를 든 것이었다.

그는 말뿐인 사람이 아니었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토교통부 차관을 의원실로 불러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같은 해 11월엔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과천 주택개발 문제에 대한 시민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 정부는 결국 당정협의를 거쳐 사업 철회를 발표했고 공기 좋은 과천에서 살아보려 했던 무주택 서민의 희망은 무너졌다.

민주당 의원이 문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님비(NIMBY·공익엔 부합하나 내가 사는 지역엔 해롭기에 반대를 하는 이기적인 행동)라는 부정적 단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마음과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정책 편의적 개념"이라는 기적의 논리까지 구사했다. 지역구 이기주의 비판을 의식한 듯 공공주택 계획안을 '청천벽력'으로 님비를 '인간의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미화한 것이었다.

그런 그는 지난 13일 국정감사장에서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서울에서 가장 좋고 가장 넓은 입지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왜 아파트 2만호를 안 짓느냐"고 몰아세웠다. 과천엔 공공주택을 들일 수 없다더니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아파트로 채우자는 것이었다.

과천 지역번호는 02로 시작한다. 생활권도 아파트값도 강남과 다를 바 없는 사실상의 서울이다. 이를 쉽게 공식화 하면 "공공주택이라서 거부했고 아파트라 찬성한다"는 얘기가 된다. 공공주택 서민과 섞여 살기 싫다는 님비현상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마음"이라던 이 의원에겐 부유한 수분양자가 입주할 '용산 아파트'는 좋은 시설일 것이다.

나는 이 의원이 근무했던 회사 후배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는 정치인이 되고선 자기 지역구에 들어서는 공공주택을 막고 서울 중심 업무지구엔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님비는 철학이 되고 위선은 실력이 됐다.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그 대상이 여의도에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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