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연둣빛 새싹이 피어나는 순간을, 잎들이 곱게 물든 가을의 찰나를 붙잡아두고 오래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경희 작가는 이처럼 자연이 찬란하게 피어나는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그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미술대회에 출품만 했다하면 상을 받을 정도로 소질도 뛰어났다. 자연히 미술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에 진학했고 초등학교 교사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계명대 미술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고 개인적으로 작업하며 공모전 출품 등으로 아쉬움을 달랬으나, 본업과 병행하기엔 충분치 않았다. 결국 그는 10년 전쯤, 전업 작가가 되고자 정년보다 빨리 퇴직해 작업에 집중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작가는 "작품 구상 때문에 고뇌하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그래도 작가로 사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21일부터 갤러리 인 슈바빙(대구 중구 동덕로 32-1)에서 열리는 전시는 그의 25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신작 '블룸 앤 문(Bloom and Moon)'을 선보인다.
신작은 화려하고 강렬했던 전작보다 색과 형상 등이 다소 절제된 모습이다. "기존에 예쁘고 고운 색을 내는 데 주력했는데, 내면이 깊어지는 것처럼 작품도 깊이를 더하게 된 것 같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작품에는 꽃과 달, 두 가지 소재가 등장한다. 여기서 꽃은 피어나는 모든 자연을 대변하고, 달은 영원함을 상징한다.
작가는 "'꽃이 피어나는(Bloom)' 그 짧고 눈부신 순간은 삶의 무상함을 드러내면서도 어둠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희망의 힘을 보여준다"며 "순간적이고 덧없는 그 찰나를, 달이 영원과 치유의 빛으로 감싼다"고 말했다.
이어 "피어남과 사라짐, 순간과 영원, 빛과 어둠은 화면에서 서로 대화하며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그것들은 곧 내가 삶과 존재를 바라보는 사유의 언어"라고 덧붙였다.
신작 중에는 반짝이는 보석과 왕관을 소재로 하거나, 금박을 더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관람객들이 어떤 생각을 하든, 제 작품에 매력을 느끼고 이끌려서 작품 앞에 머물렀으면 합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또 다른 빛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전시는 31일까지. 053-257-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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