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소속 퀵플렉서(위탁 배송기사)들의 근무 여건이 일반 택배업계 평균보다 우수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노조는 CLS 퀵플렉서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으나, 정작 결과는 CLS 기사들이 높은 소득과 비교적 여유로운 휴무 사용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업계 안팎에서는 "노조 스스로 CLS의 근로 여건을 입증한 셈"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1일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CLS 위탁영업점 소속 퀵플렉서 6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무 실태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는 하루 평균 근무시간, 주간 근무일수, 소득, 휴무 사용 실태 등 다양한 항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노조는 이번 조사를 통해 "퀵플렉서의 노동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개된 수치는 그와는 상반된 내용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퀵플렉서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1.1시간이었으며, 이 중 평균 휴게시간은 22.6분이었다.
월평균 총소득은 647만3000원이었고, 차량 유지비, 유류비 등 비용으로 지출되는 156만5000원을 제외한 순수입은 490만8000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업계 타 택배사 기사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근무일에 대한 응답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다. 주 5일 근무를 한다는 응답자는 36.8%였으며, 격주로 주 5일 근무를 한다는 비율(28%)을 포함하면 전체의 64.8%가 주 5일제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 6일 근무자는 28.3%에 불과했다.
노조는 응답자의 82%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응답한 점을 들어 퀵플렉서들의 근무 여건이 경직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같은 조사에서 '3일 이상 연속 휴가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기사 비율이 51.5%에 달했다.
일반적인 직장인도 쉽지 않은 장기 휴가를, 퀵플렉서 기사 절반 이상이 실제 사용한 것이다.
연속 휴가 사용 사유를 보면 '여행·휴식·여가'가 전체의 59.7%로 가장 많았고, 병원 진료(11.7%), 경조사(9.1%) 순이었다. 단순히 불가피한 사유가 아닌 순수한 개인 휴식 목적의 장기 휴가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자유로운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CLS 측은 "현재 전체 퀵플렉서 기사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매일 휴무하고 있으며, 이 인원은 약 6000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CLS는 업계 최초로 백업 기사 제도를 도입해 정기적인 휴무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CLS는 배송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업 기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기사 본인이 장기 휴무를 신청해도 문제없이 업무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로, 결과적으로 기사들이 자유롭게 장기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민주노총의 실태조사 결과는 기존의 물류 전문 기관 조사 결과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수준이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CLS 퀵플렉서의 3일 연속 휴무 경험 비율은 49%였는데, 이번 민주노총 조사에서는 이보다 높은 51.5%가 연속 휴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택배 등 주요 5개 택배사의 경우 동일 조건의 연속 휴무 경험 비율은 8.9~23%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CLS 퀵플렉서의 평균 소득 역시 일반 택배기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주요 6개 택배사 기사 12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월평균 총수입은 516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차량 유지비 등 통상 100만~150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고려하면 실질 수입은 CLS 퀵플렉서보다 낮은 수준이다.
근무시간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민주노총 조사에서는 퀵플렉서의 평균 근무시간이 11.1시간으로, 지난해 같은 조사보다 0.2시간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생활물류서비스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택배기사들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10.5시간, 휴게시간을 포함하면 11.7시간으로 조사됐다. CLS 퀵플렉서의 근무시간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셈이다.
CLS 퀵플렉서의 주 5일제 시행 비율 또한 주요 택배사와 비교해 확연히 높았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에 따르면 CLS 퀵플렉서의 62%가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는 반면, CJ대한통운 등 대형 택배사 기사들의 주 5일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야간 배송기사의 경우, 주 5일제 또는 격주 근무를 포함한 비율이 86.8%에 이르렀다.
반면 민주노총의 실태조사에는 타 택배사 기사들의 근무 환경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 분석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특정 사업자만을 겨냥한 편향적 조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위탁 기사에게 일반 직장인처럼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느냐'는 방식으로 질문하는 건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탁 기사들은 스스로 일정 조정을 할 수 있는 구조인데, 단순히 '예' '아니오'로만 응답을 유도한 설문 설계는 노조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를 만들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배업계 관계자는 "CLS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백업 시스템을 도입해 주 5일제를 현실화시킨 곳으로, 근무 조건이 업계 평균 이상임은 여러 통계로 이미 입증되고 있다"며 "노조가 쿠팡 CLS만을 지목해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실제 조사 결과가 업계 전반의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를 보인 만큼, 노조 스스로 퀵플렉서의 근무 환경이 우수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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