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은식의 페리스코프] 합참을 마비시킬 인사 폭풍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진영승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10월 14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영승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10월 14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합참의 전(全) 장군과 2년 이상 근무 중·대령급 실무자를 한꺼번에 교체한다는 합참의장의 발표가 있었다. 합참에 처음 근무할 경우 한 분야 업무 파악에만 최소 6개월이상 소요된다. 2010년에 천안함 피격사태가 발발했을 때 우리가 당한 결정적인 이유는 합참의장에 합참에서 여러번 근무한 작전전문가가 있었는데도 불구, 처음 근무하는 분을 의장으로 보임하여 위기조치와 대응이 제대로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분은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자신은 합참 근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보직 이후 6개월 동안 용어와 업무 파악도 제대로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마디로 인사 실패의 결과였다. 그런데 합참 장군과 실무자와 과장급 장교를 한꺼번에 교체한다는 것은 보복성 인사이고 합참을 초토화시키려는 조치이다.
 
◆회색지대 전술 답변 미흡이 초래한 군 통솔의 파탄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현 합참의장은 회색지대 전술, 하이브리드 개념 등에 대한 답변이 부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무지를 덮기위해 합참 전체 장성을 일괄 교체하는 방식으로 조치할 사안이 아니다. 무지와 지휘 책임을 하향 전가 방식으로 처리하는 순간, 군 통수와 지휘 시스템은 가장 악성적 형태로 변질된다.

군의 전투력은 시스템적 연속성과 연습과 훈련으로 축적된 맥락적 지식으로 유지된다. 특히 합참은 정보–작전–지휘통제 –연합방위–전구기획이 연결 핵심이며, "사람을 즉시 교체가능"한 아무나 근무할 수 있는 일반 행정기관이 아니다. 합참근무 장성 40명을 통째로 갈아치우는 순간, 전투준비태세는 최소 6개월 이상 공백과 혼란을 초래한다.

이는 인사의 정치화 그 자체이며, 군을 정권 입맛에 길들이는 위험한 신호를 남긴다. 전략이 아니라 정치를 기준으로 군을 정렬시키는 것은 국가 생존전략의 붕괴다.

진영승 합참의장과 존 대니얼 케인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 3일 용산구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MCM) 환영 의장행사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영승 합참의장과 존 대니얼 케인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 3일 용산구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MCM) 환영 의장행사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합참의장이 정치적 압력을 받았거나 정신나간 짓을 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런데 전략사령관을 지낸 자체 인사권이 없는 합참의장이 그런 졸렬하고 해괴한 결정을 스스로 할 이유는 없고 이러한 발상은 국방부장관도 함부로할 수 없는 대통령의 조치로 생각된다. 전체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평시에 실무자까지 한꺼번에 교체하는 일은 혁명을 제외하고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12.3 계엄당시 합참에 있었다는 이유로 전원교체라는 말도 안 되는 조치를 한다면 이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
 
◆대규모 일괄 교체는 전투력 약화와 조직문화 붕괴로 직결

군의 전투태세는 전략 및 전력 기획, 연합 지휘통제통신, 분산·확장 억제, 동맹군의 시차별 전개 목록의 이해 등 연속 누적 기반 위에서 작동한다. 이 영역은 "사람이 바뀌면 바로 되는 직무"가 아니다. 특히 합참의 연합작전은 단일 교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군과의 실시간 인터페이스, 정보 싱크로나이제이션 (정보가정과 판단에 근거를 둔 공조), 전구우선순위 할당 경험, 동맹 간 신뢰자산이 있어야 유지된다.

40명을 일괄 교체하는 것은 누적지식, 상황판단 알고리즘, 판단의 맥락 메모리 전체를 날리는 것이다. 전투는 시스템으로 수행하며, 시스템은 기억의 연속이다. 인사권이 국방부에 있는데 합참의장이 이런 조치를 예고 공표하는 것은 "군 내부 전체를 행정·정치용 숙청 싸이클의 대상"으로 만드는 최악의 선례를 남긴다.

지난 계엄 여파로 인한 인적쇄신이라는 명분도 위선이다. 지휘장교는 사건의 정치적 여파를 위해 희생시키는 소모품이 아니며, 여전히 재판 중이고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사건을 빌미로 지휘부를 통째로 갈아엎는 것은 쇄신이라는 명분하에 "전투력 자해"조치로 이어진다. 군대는 위기의 순간, 전승을 위해 작동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수행할 조직을 스스로 파기시키면, 우리 군은 스스로 무너진다. 전시작전 통제권이 아무리 미국에게 있다해도 이 조치는 문제가 크다.

과거 합참 근무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최소 6개월은 헤매게 되어 있다. 그것도 다른 구성원이 정상적일 때 그러하다. 그런데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 오래 갈 수 있다. 합참 초기 창설 수준으로 돌아간다. 아무리 군과 장교단이 미워도 이것은 정상 조치가 아니다.
 

진영승 합참의장과 존 대니얼 케인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에서 제50차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 종료 후 연합 편대비행을 공중에서 함께 지휘하기 위해 오산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영승 합참의장과 존 대니얼 케인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에서 제50차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 종료 후 연합 편대비행을 공중에서 함께 지휘하기 위해 오산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에 필요한 것은 숙청이 아니라 전략 역량의 갱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파견되어 전투 경험을 가졌고 핵으로 무장했다. 사이버전, 우주전, 전자기전 대비 등 다영역 작전은 교리정립도 초기단계다. 그런 차제에 회색지대 전술, 인지전, 초한전, 하이브리드전,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전력 비대칭의 시대에 군이 해야 하는 것은 전술/교리의 진화이며, 그것은 제거를 통한 비워내기가 아니라 지능화된 축적과 통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군을 통제하는 군통수부가 합참에 근무하는 장교들을 통째로 교체하려 한다면 그것은 전략능력 고도화 봉쇄이며, 군이 정치에 길들여지는 폭력적 조직 개편이다. 인사는 사상 검증의 도구가 아니라 전투력 최적화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그런 지시를 했다면 합참의장이 해야 할 일은 직을 걸고 자리를 던지거나 반대해야 한다. 군 전투력을 생각한다면 하루를 해도 언제 내가 직위를 걸고 하산해야 할 것인가를 고심해야 한다. 역사에 오점을 남길 것인가 아니면 부당한 지시에 저항한 올바른 장군으로 남을 것인지는 오로지 합참의장 스스로의 판단과 결심에 달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영승 합참의장 후보자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영승 합참의장 후보자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합참의장은 ▷전구작전 및 전역계획 수립의 정교화▷전구사령부–합참–한미연합 사이의 판단 통로 재정비▷인지전을 C2체계에 통합조치 등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전투는 결국 지휘를 통해 승리한다. 지휘는 적응·축적·신뢰 위에서 성립한다. 이것을 일시에 와해시키는 행위는 군지휘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해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합참의장의 합참 장군 및 실무자 대폭적인 교체 발언은 철회되어야 하며, 국방부는 인사권자 정당성과 전투력 보호원칙에 따라 이 숙청시도를 단호히 중지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정작 물러나야 할 사람은 합참의장 자신이다. 합참근무 장교들은 무질서를 질서상태로 전환시키는 직업이지 정치의 숙청대상이 아니다. 누구를 위한 숙청인가를 국민은 묻는다. 군의 인사조치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