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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선미] 교원도 선출직 공무담임권, 정당 가입권 등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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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정치적 기본권 제한하는 범위와 정도 지나쳐
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실천이라는 점에서도 손해

정선미·강동고 교사
정선미·강동고 교사

교원 A씨는 사범대학 졸업 후 중등교사로 임용되어 20년간 학생 교육에 매진했다. 바쁜 일상이었지만 퇴근 후에는 교육대학원에서 교육정책을 전공해 석사,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교육 현장에서 본인이 겪은 생생한 경험과 학자로서 연구하고 정립했던 교육정책에 대한 학자적 안목을 더해 소속 지역사회의 더 나은 교육자치 실천을 위해 헌신하고자 교육감 선거에 입후보 하고 싶었지만 끝내 꿈을 포기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의원면직(퇴직)을 하지 않는 한 선출직 공무원 선거에 나갈 수 없도록 되어 있어, 교사의 공무담임권 즉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인으로서 교원이기에 앞서, 민주 공화국 시민의 한 사람인 교원들의 헌법상 보장된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당 가입 및 선출직 공무원 출마까지도 허용되어 있는 대학 교원과 달리 초·중·고 교원들은 위와 같은 정치기본권이 제한되어 있는데, 이는 초·중·고 교원들 수행하는 직무의 고유적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일 것이다. 교원이 수행하는 직무상 '특별히 한정적으로'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이 있다면 법률이나 시행령으로써 관리하면 되는 것이지 '광범위하게 전체적으로'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그 범위와 정도가 지나친 것이다. 교원의 직무와 무관한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선출직 공무담임권, 정당 가입권, 정치적 의사표명권 등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반헌법적이다.

교원에 대한 정치기본권의 제한은 학생들에 대한 오롯한 교육의 실천이라는 점에서도 손해다. 정치적 지향이 나와 다른 사람(교사든 학생 동료든 누구든)과 얼굴을 맞대어 보며, 한 공동체 내에서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안에 대해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토론하는 문화를 청소년기부터 누렸던 학생들이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이렇게 자라나는 학생들이 더 많아질 때 요즘 빚어지는 온라인상의 비이성적인 극한 대립, 극단적인 정치 구호를 선동하는 무리 형성 등 반사회적인 움직임이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 프랑스, 독일, 뉴질랜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 교원은 정당 가입 및 정치 활동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대한민국보다 보수적 사회문화를 갖고 있는 일본도 공무원의 정당 가입은 허용하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적용위원회도 대한민국에 대하여 2015년, 2016년 두 차례나 초·중등 교원이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권고하였다. 사회·경제·문화적으로도 이미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대한민국도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에 대한 국제적 기준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이미 2019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국가공무원법' 등의 법률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교원 정치기본권 확대 보장은 이미 교직 사회 안팎으로 개정의 필요성이 확인되어 왔다. 대한민국 교원에 대한 정치적 기본권 보장 확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비어 있던 주춧돌 하나를 끼워 넣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정선미·대구 강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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