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게가 갈대꽃을 탐하다'는 제목의 이 그림은 게와 갈대를 그렸다. 게 두 마리가 갈대꽃을 사이에 둔 간소한 구성이다. 복잡한 채색이나 세밀한 묘사를 생략하고 일필휘지의 간략한 붓질에 먹의 농담 변화만 얹었을 뿐인데 그 찰나적 순간에 게의 특징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해탐노화도'는 과거시험을 앞둔 당사자나 가족에게 좋은 결과를 기원하며 전하는 합격 엿 같은 그림 선물이었다. 비슷한 그림을 심사정과 최북도 남기고 있어 당시 게와 갈대의 상징이 널리 알려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갈대의 꽃을 부각시켜 두 마리 게가 먹으려는 듯, 움켜쥐려는 듯 해학적으로 묘사한 것은 김홍도의 참신한 발상이다.
이 그림의 주제는 이갑전려(二甲傳臚)다. 그래서 '이갑전려도'라고도 한다. 이갑과 전려는 중국 명청시대 과거제도에서 나온 용어다. 황제가 직접 주관하는 최종 시험인 전시(殿試) 합격자를 세 등급인 삼갑(三甲)으로 나눴는데 일갑은 장원(壯元), 방안(榜眼), 탐화(探花) 등으로 부른 장원급제자 1명이고, 이갑과 삼갑은 여러 명인데 이갑 그룹의 수석을 전려(傳臚)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갑전려도는 전시에 2등으로(높은 순위로) 합격하라는 축복을 전하는 뜻이다.
전려의 려(臚)는 원래 '진술하다'는 의미로 위의 말을 아래로 전하는 전어고하(傳語告下)의 뜻이다. 시험 결과를 황제 앞에서 전려관(傳臚官)이 황방(皇榜)으로 제1갑, 제2갑, 제3갑의 합격자를 발표하면 이 명단이 용상 아래로, 전각의 문으로, 계단 아래로 전달되며 호위무사들이 일제히 큰 소리로 이름을 외쳤다. 전시 합격자 이름을 부르는 창명(唱名) 의식인 전려가 2등 합격자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이갑을 갑각류인 게로, 전려를 려와 발음이 비슷한 갈대로 그려 최종 합격을 축원한 이갑전려도는 명나라 때부터 그려졌고 청나라 때는 벼루, 필통, 필세 등 문방구나 문인의 물건에 디자인으로 애용됐다.
그런데 왜 갑각류의 대표가 게가 됐을까? 문인들에게 사랑 받아온 문화적 상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晉)나라 필탁(畢卓)은 오른손에 술잔 들고, 왼손에 게 집게발 들면 일생을 마치기에 족하다고 호언했다. 이백의 시에도 최고의 안줏감으로 게 집게발, 해오(蟹螯)가 나온다.
게의 별칭 중에 옆으로 걷는 횡행과 껍질이 딱딱한 생태에서 나온 횡행개사(橫行介士)가 있다. 횡행개사는 거침없이 활개치며 기세가 넘치는 동시에 갑옷 입은 선비라는 명철보신의 의미다. 비스듬한 갈댓잎을 따라 호기롭게 쓴 제화는 '해용왕처야횡행(海龍王處也橫行)', 바다 속 용왕님 계신 곳에서도 생긴 대로 모름지기 삐딱하게 횡행한다고 했다.
'해탐노화도'는 과거에 합격하고 소신도 잃지 말라는 두 가지 뜻을 담은 길상화이자 수묵담채의 감상화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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