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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새벽배송 기사님 덕분에 무사했어요"…대구 골목길 위기에서 여성을 지켜낸 이름 모를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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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배송차량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쿠팡 배송차량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그날 그 기사님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도 아찔해요. 제 인생을 지켜주신 분이에요."

깊은 새벽,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한 젊은 여성이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겪을 뻔했다. 그 순간 그녀를 구해준 이는 조용히 박스를 나르던 한 새벽배송 기사였다. 이름도 남기지 않고 유유히 떠난 그 사람은 지금도 그녀의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한 '영웅'으로 남아 있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대구 달서구 와룡로 인근. 지난 10월 말, 야근을 마친 최유리(29) 씨는 밤 12시 무렵 자취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인적이 드물고 조명이 희미한 골목길. 하지만 그날은 유독 긴장감이 느껴졌다.

"처음엔 느낌이 이상했어요. 누가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았는데, 소리도 조심스럽고 계속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더라고요."

불안해진 최 씨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등 뒤의 인기척은 점점 가까워졌고, 그녀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그때, 골목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형광색 조끼를 입고 양손에 박스를 들고 있는 쿠팡 새벽배송 기사였다.

"기사님이 갑자기 '그쪽 혼자 괜찮으세요?' 하시면서 저쪽을 한번 힐끔 보시더니, 아무렇지 않게 저랑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걷기 시작하셨어요."

당황했던 최 씨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녀의 곁에 선 기사와 몇 걸음 함께 걷자, 뒤따라오던 사람은 곧 발걸음을 돌려 사라졌다.

최 씨는 감사 인사를 하려 했지만, 기사는 자리를 뜨며 조용히 "조심히 들어가세요"라는 한마디만 남겼다.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했어요. 이름도 못 물어봤고요. 그냥 제 옆에 서주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였어요."

최 씨는 이후 쿠팡 고객센터를 통해 해당 기사에게 감사를 전하고자 했으나, "정확한 기사 확인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 분에겐 그저 지나가는 일이었을지 몰라도, 제겐 평생 못 잊을 순간이에요. 아무도 없던 골목에서 저를 본 사람은 그 기사님뿐이었어요."

이 사건은 '우연'이었지만, 비슷한 미담은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새벽시간대의 배송 기사들이 사실상 도시의 '이동형 방범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주요 유통 플랫폼의 새벽배송은 자정부터 오전 7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기사들은 주택가, 빌라단지, 좁은 골목까지 빠짐없이 드나든다. 도시가 잠든 시간, 유일하게 깨어 있는 존재들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자정 이후 심야 범죄 발생률은 낮 시간대보다 높고, 특히 단독 주택 밀집 지역의 조용한 골목길은 여성 대상 범죄의 주요 위험지대로 꼽힌다.

하지만 새벽배송 기사들의 움직임은 이런 '죽은 시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대구 지역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기사가 활동하는 구역에서는 자동으로 가로등이 켜지고 CCTV도 더 자주 확인된다"며 "치안 유지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인천 연수구에서는 쓰러진 노인을 발견해 생명을 구한 새벽배송 기사의 사례도 있었고, 서울 강서구에선 음주 차량을 막아 어린이를 구한 미담도 전해진 바 있다.

사람들은 새벽배송을 '편의'로 기억하지만, 누군가에겐 그 새벽이 두려움 대신 안심을 준 유일한 장치였다.

최유리 씨는 지금도 귀가 시간이 늦어질 때면 골목길에서 배송 박스를 나르는 기사들을 보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로 새벽배송 기사님들이 제겐 그냥 '택배 아저씨'가 아니에요. 저를 무섭지 않게 해준 사람들이죠. 저 같은 여성들, 홀로 사는 분들에겐 그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에요."

오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짐을 옮기고, 또 누군가는 그 조용한 발걸음에 위로를 얻는다.

누군가에겐 단순한 배송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새벽을 지켜주는 따뜻한 불빛이다. 이름조차 남기지 않은 그 기사처럼, 도시의 뒷골목을 묵묵히 밝히는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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