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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태를 '성범죄자'로 부르는 게 맞을까 [가스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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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자신을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한 피해자를 무고 등으로 고소하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자신을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한 피해자를 무고 등으로 고소하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많은 민주당원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원칙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수사 단계인 만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성범죄자라고 불러선 안 되지만 좀 헷갈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과거' 때문이다.

성 관련 사건에선 억울한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피해자 측 진술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이른바 '피해자 중심주의'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성범죄 특성상 증거를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였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리는 사례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가장 강조했던 건 다름 아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었다. "성범죄는 가해자에게 어떤 의도가 있었느냐가 아니라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는지가 중요하다"는 게 피해자 중심주의 도입의 기초 개념이었는데 선두엔 박 전 시장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전 시장은 2020년 성 비위 의혹이 터지자 극단 선택을 했다. 그쯤 더불어민주당엔 박 전 시장 유지를 이어 받을만한 페미니스트가 탄생했는데 그게 바로 장 의원이었다. 2020년 초선이 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제게 페미니스트 라는 건 과분한 칭찬"이라고 할 정도였다.

장 의원은 박 시장이 극단 선택을 했을 때 남긴 글만 봐도 그가 박 전 시장의 유지를 잇는 사람이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장 의원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눈물이 쏟아진다. 터진 것 같다.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었던 날들이 참 길었다.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던 시간들,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시간들이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하며 2차 가해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나 성범죄 피해자 신원·사생활 공개를 금지하는 법안 발의에도 참여하는 등 민주당 내에서 박 전 시장의 페미니스트 완장을 물려받은 장 의원 주가는 계속 올랐다. 그런데 사회에선 반대로 가짜 미투와 억울한 무고 사례가 수면 위에 오르자 성범죄 무고 처벌을 강화하자는 여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페이스북에 '무고죄 강화'를 올리며 대선 공약이 되기에 이르렀다.

장 의원은 또 나섰다. 당선 이후 윤석열 정부가 무고죄 강화를 추진하려고 하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던 사람이 바로 장 의원이었다. 장 의원은 "성 관련 범죄에 대해 무고죄 운운하는 건 꽃뱀론이 깔려 있는 것 아닌가. 저급한 의식"이라고 하며 결사반대를 외칠 정도였다. 그는 박 전 시장 유지를 가장 잘 이어 받은 최강의 페미니스트였다.

그러던 그가 얼마 전 성추행 의혹으로 피의자가 됐다. 인터넷에선 벌써 장 의원을 '성범죄자'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반대 진영' 사람들이다. 이건 한참 잘못됐다.

장 의원이 정치 활동 내내 일관되게 주장한 성범죄 정책에 동의하고 지지를 보냈던 '같은 진영' 사람이 되레 그를 성범죄자로 불러야 맞기 때문이다. 박 전 시장의 생전 주장에 동의하고 지지를 보냈던 같은 진영 사람들 역시 그를 성범죄자로 부르는 것이 박 전 시장 유지를 잇는 고인 존중일 것이다.

물론 장 의원이 자기 과거 행보와 달리 고소인 신분을 '비서관'이라고 노출하는가 하면 성추행 의혹 현장에 있던 그의 전 남자친구 소속과 직업을 밝히기까지 했지만 말이다. 존중이란 건 때론 낯 뜨거워도 생색을 좀 내야 하는 것이니까.

문성호 전 개혁신당 대변인

문성호 전 개혁신당 대변인
문성호 전 개혁신당 대변인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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