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청송 등 경북 북동부 사과 산지가 산불과 우박 등 기상이변으로 크게 늘어난 이른바 '못난이 사과'가 새로운 소비 대안으로 떠오르며 농가 수익에 한몫하고 있다.
청송군에 따르면 올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발생한 냉해로 군내 8개 읍·면 3천206㏊에서 피해가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과 피해 면적만 2천975㏊로, 전체 사과 재배 면적의 약 75%에 달한다. 이어 5월 30일에는 지름 1.5㎝ 안팎의 우박이 약 20분간 집중적으로 쏟아지며 사과밭 350㏊, 1천799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3월 말 발생한 산불까지 겹치며 사과 재배 농가 4천600곳이 피해를 보고, 연간 생산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7만5천t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쇄 피해로 올해 청송 사과는 수확량 감소와 함께 기형과·상처과 등 이른바 'B급' 물량이 크게 늘어났다. 우박 자국이나 모양 불균형 탓에 선물용이나 도매시장 출하에서 제값을 받기 어려운 사과들이다. 과거에는 상당량이 저가 처분되거나 폐기되기 일쑤였지만, 최근 소비 흐름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과일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외형보다는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가 확산됐고, 못난이 사과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을 중심으로 못난이 사과 매출은 지난해 42억800만원에서 올해 58억1천700만원으로 38.2% 증가했다. 맛과 당도는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가성비 소비 트렌드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유통 현장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NS홈쇼핑은 올해 상반기 못난이 사과 1천149t을 판매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못난이 농산물 전용 브랜드와 구독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며, B급 농산물이 대안 소비로 자리 잡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소비자 조사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확인된다. 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소비자 패널 72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못난이 사과 구매 경험자는 80%에 달했고, 향후 구매 의사는 8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연구원은 "맛과 품질은 유지하면서 가격 부담을 낮춘 점이 소비자 선택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송의 한 사과 농가는 "올해는 판매 자체가 걱정이었는데, 못난이 사과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숨통이 트였다"며 "기상이변이 일상이 된 만큼 유통 구조와 소비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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