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열렸던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여러모로 '성공한' 국제행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상계엄 사태라는 초유의 정치적 혼란 이후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국제사회에 증명한 무대였다. APEC 회원국 정상들은 문화 창조산업 협력의 필요성을 담은 '경주선언'을 채택하며 디지털·인공지능(AI)·인구구조 대응 협력과 포용적 성장에 합의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전쟁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는 등 경제·안보 성과를 거두었다.
무엇보다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는 세계에 널리 홍보됐고,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을 접목한 운영 방식, 시민들의 성숙한 참여는 국제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등 유무형의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경주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한 레거시, 즉 '포스트 APEC 사업'을 야심 차게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2026년도 포스트 APEC 사업 관련 국비 반영은 세계경주포럼(21억원)과 신라왕경 디지털 재현 및 체험 콘텐츠 조성 사업(90억원)에 불과하다.
도와 시가 요구했던 APEC 레거시(유산) 문화의 전당 건립, APEC 개최 기념 보문관광단지 랜드마크 조성, 보문관광단지 대개조, APEC 참가국 상징 공원 조성 등 상징성과 파급력이 큰 사업들은 줄줄이 국비를 확보하지 못했다. 중앙정부와 여당이 APEC의 성과를 자화자찬했지만 그 성과를 지속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포스트 APEC 사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정적 뒷받침은 외면한 셈이다.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공은 일회성 외교 이벤트로 남을 수도 있고, 후대에 남길 국가적 자산이 될 수도 있다. 포스트 APEC 사업은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데 따른 최소한의 기념 시설을 갖추고 국가 외교 성과를 축적하기 위한 상징이다. 중앙정부가 APEC 후속 사업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이라면 앞으로 어느 지역이 국가적인 행사를 선뜻 유치하려고 하겠는가. 정부가 진정으로 APEC 성과를 치적으로 삼으려면 말이 아니라 예산 지원으로 책임을 보여야 한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중앙정부와 여권에 포스트 APEC 사업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적극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포스트 APEC 국비 확보 실패의 원인을 찾고 이 사업이 지방이양사업인 기념(관)사업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과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국가전략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설득할 필요가 있다.
또 최근 경주시가 APEC 성공을 기념한다며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각종 혐의로 기소된 인물들까지 명예시민증 수여 대상자에 포함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는 APEC을 통해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해 온 현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포스트 APEC 사업 관련 국비 확보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명예시민증 수여와 공적·법적 문제는 별개라는 경주시의 논리로 중앙정부와 여권을 설득할 수 있을까. 문제가 제기된 인물들에 대한 수여 보류나 철회 등을 통해 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경주 APEC은 이미 성공했다. 그러나 포스트 APEC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APEC 성과를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 논란으로 시간을 보낼 것인가는 경북도와 경주시의 치밀한 전략과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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