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올까봐 그게 겁나서, 그냥 그렇게 도망치듯 떠났었어요."
김순희(55·가명)씨는 그날을 담담히 떠올렸다. 100일을 이제 막 넘긴 딸아이를 들쳐안고 대구를 떠나 경북의 한 지역으로 떠났다. 술만 마시면 사람이 달라지던 남편, 숨소리조차 눈치 보게 만들던 집. 짐도, 어디서 살지 그런 계획도 없었다. 다만 이 집에 더 머물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날 이후부터 그의 삶은 '도망'이 아니라 딸을 위한 '버팀'이 됐다.
◆누울 자리 하나 구하기 어려웠던 생활
고향을 등지고 뛰쳐나온 모녀에게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는 더 혹독했다. 순희 씨가 이혼한 뒤, 아기를 들쳐업고 막 도착한 곳은 경북 고령의 외딴 집이었다. 방 하나에 슬레이트 지붕이 간신히 얹혀있는 집. 싱크대도 없고 방과 부엌의 구분조차 없었다. 겨울엔 전기장판 하나에 딸아이와 온기를 나누며 밤을 버텼고, 여름엔 숨이 막혔다.
당장 아기의 분유값과 기저귀값이 필요했다. 본인은 굶어도 아기는 한끼도 굶어선 안됐다. 하지만 경력도 없는 아기 엄마를 써줄 곳은 없었다. 섬유 원단 공장과 염색공장에서 겨우 일자리를 구할 수있었다. 고령에서 보낸 8년 동안 순희씨는 섬유 원단 공장과 염색 공장을 전전했다. 무거운 원단을 나르고, 자극적인 화학약품 냄새를 견뎠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맡겼다. "너무 힘들었어요" 그 말 뒤에 긴 침묵이 흘렀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지체장애 모녀, 재활비 없어 '전전긍긍'
순희 씨는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돼서야 겨우 대구로 돌아올 생각을 했다. 지체장애 3급인 본인에 이어 딸아이 마저 같은 장애를 앓고 있어 좀더 체계적인 교육과 재활이 필요해서다.
도망치듯 떠나온 대구에 8년만에 돌아왔지만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은 없었다. 흙마당이 있는 단층 주택,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의 집은 이곳에서도 그대로였다.
고령에서처럼 정기적인 일자리를 얻기는 더 쉽지 않았다. 대신 자동차 부품 고무를 떼어내는 부업을 했다. 부품 1㎏의 테두리 고무를 떼어내면 3천원을 받는다. 하루 종일 앉아 일해도 손에 쥐는 것은 한 달 30만 원 남짓. 일거리가 없으면 수입은 '0원'이었다. 이마저도 월세 30만 원을 내고나면 남는게 없다. 일거리가 없는 달엔 "못 먹고 살죠"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왔다.
◆사춘기 딸의 방황, 무너진 밤들
순희씨가 여러 일을 하면서도 힘을 냈던 건 그래도 자신만 바라보는 딸이 있어서다. 남편과 이혼 후 고향을 떠나오면서도 품에 있는 내 아기만큼은 끝까지 지키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래서 섬유공장의 독한 화학 냄새 속 힘든 일도 견딜 수있었다.
하지만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며 균열이 생겼다. 일을 해야만 하루를 사는 순희씨는 아이에게 밀착해 챙기기는 무리였다.
그 빈틈을 세상은 가만두고 보지 않았다. 딸은 주위 친구들의 꾐에 빠져 늦은 귀가, 잦은 외출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은 서울에 간다며 집을 나가 일주일 동안 연락이 끊겼다.
"딸이 없는 밤마다 잠을 못 잤어요. 신고해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매일이 지옥 같았어요"
딸의 방황에 엄마는 눈물 지으며 스스로를 탓하기만 했다. "내가 잘 못해줘서 그렇다" 그 말만 수없이 반복했다.
다행히 지금은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등하교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학교 생활도 안정화되가고 있고 어느정도 지원금이 나온다지만 남은 치료비와 재활비 일부는 여전히 순희씨의 몫이다.
◆한겨울에도 여름 옷에 이불 뿐
영하를 넘나드는 날씨 속, 집에는 아직 여름 이불 뿐이다. 겨울 패딩은 단 하나, 그것도 오래돼 숨이 죽어 보온의 기능이 떨어진다. 외풍이 창문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집주인에게 말해도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다.
"춥죠. 그래도 그냥 참고 살고 있어요." 순희씨는 추위는 그래도 버틸 수있다고 한다. 다만 걱정되는 건 이 추위에 감기라도 걸려 앓아 눕는 것이다. "제가 아프면요, 이 집은 끝이에요…."
이혼 후 18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한 삶. 이제 체력도, 마음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순희씨의 바람은 단 하나다. 딸아이가 조금이라도 따듯한 겨울을 보내는 것이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기부금 영수증 처리는 가정복지회(053-287-0071)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만 발행이 가능합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 내역]
◆시력 잃고 치매 겹친 김태자 할머니에 2,295만원 전달
시력을 잃고 치매까지 겹치면서 2층 방 밖을 나서는 게 공포가 된 김태자 할머니(매일신문 1월 6일 12면 보도)에게 2천295만6천66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삼이시스템 20만원 ▷안현숙 5만원 ▷이동욱 5만원 ▷하혜련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박상하 1만원 ▷가지영 5천원 ▷이장윤 2천원 ▷하정현 1천원 ▷'좋은날올때까지돕자' 1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홀로 삼남매 키우며 투잡 뛰는 이지은 씨에 2,624만원 성금
경계성 지능 장애와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큰딸 등 홀로 삼남매를 키우며 쉴 틈 없이 일하는 이지은 씨(매일신문 1월 13일 12면 보도)에게 42개 단체, 182명의 독자가 2천624만4천72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5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40만원 ▷㈜태린(김동수)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임성미세무사사무소 20만원 ▷777할인마트 10만2천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무한기술(윤종천)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김용근(국제정밀)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토탈인쇄(김창근) 5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유주영 50만원 ▷문심학 이신덕 정미란 각 30만원 ▷박철기 이재일 허금주 홍재현 각 20만원 ▷곽용 김나경 김동조 김부열 김원주 류경태 박구호 박선화 서영의 석진곤 송선호 이재철 이혜정 조득환 주재현 최종천 각 10만원 ▷이원교 6만원 ▷강나래 김경희 김기욱 김득수 김명구 김선주 김영수 김유미 김점숙 김호근 박성동 박정희 백미화 서준교 설은주 손경호 안대용 오소라 오정근 유명희 윤상수 윤정원 이동욱 이승호 이재열 이종하 이창영 장성만 전우식 정은주 정인호 최상수 최수진 허유정 각 5만원 ▷방순옥 4만원 ▷김동문 김민성 김용민 문필준 박나연 박승호 성민교 신광련 안태규 임화자 장은희 장충길 정미라 정종기 각 3만원 ▷이영수 2만5천원 ▷권오영 권유진 권정출 김종구 박은경 심민성 심재권 심희순 안현준 여환주 윤승일 이경희 이재민 이해수 장다경 장윤겸 전정대 허현도 홍준호 각 2만원 ▷박다연 1만7천90원 ▷최유호 1만5천원 ▷강지원 권정연 김다영 김성진 김순희 김주현 김진만 김태천 김형철 박경아 박성애 박은진 박인배 박태용 박홍선 배상영 변희광 안재홍 여경희 오명숙 오지원 유귀녀 윤진모 이나래 이선주 이승미 이아영 이영수 이영용 이운대 이은하 이정미 임채숙 장순임 전선수 정서원 정영민 정영선 정원조 조영식 차경수 최경철 최희복 한정화 허영재 각 1만원 ▷윤인주 김유철 최정민 각 5천원 ▷권두영 이원경 각 3천원 ▷최연준 1천원
▷'하나님나의왕이영석' 50만원 ▷'하나님이함께하심' 'ㅇ' 각 20만원 ▷'사랑나눔624' '샬롬' '주님사랑' 각 10만원 ▷'힘내셔요' 5만원 ▷'당진국가대표고기대박' '민지어머님께' 각 3만원 ▷'이지은님을위하여' '이지은씨를위해' '익명' '혼자걷지않을거' 각 2만원 ▷'감사한석미혜' '등불' '민지네에게' '민지님돕기' '민지엄마 힘내세요!' '민지에게' '바른엄마힘내요' '석희석주' '수민' '예수님치료해주세요' '행복의씨앗이길' '힘내세요' 각 1만원 ▷'힘내십시오' 7천777원 ▷'돕기' 4천800원 ▷'돕기' 500원 ▷'조금이라도돕자돕자' 272원 ▷'돕기돕기돕기' '돕기돕기돕자돕자' 각 100원 ▷돕자돕자돕자 56원 ▷'잔액돕기나중더' 25원.
※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만 발행이 가능합니다.


























댓글 많은 뉴스
죄수복 입은 '李가면'에 몽둥이 찜질…교회 '계엄전야제'에 與항의
홍준표, 당내 인사들에 "정치 쓰레기" 원색 비난
누구도 지켜주지 않았다…계부 '피임약' 성폭행에도 친모 "비위 맞춰라"
李대통령 지지율 53.1%…3주만에 하락세
단식 닷새째 장동혁 "목숨 바쳐 싸울 것…멈춘다면 대한민국 미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