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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모의 영혼의 울림을 준 땅을 가다] 인도양의 푸른 숨결 스리랑카 히카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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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던진 긴 그물을 해변의 어부들이 함께 끌어올리는
바다에 던진 긴 그물을 해변의 어부들이 함께 끌어올리는 '마댈 고기잡이'

◆남부 해안의 에메랄드빛 자연

스리랑카 남서부 해안에 자리한 히카두와(Hikkaduwa)는 수도 콜롬보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작은 해안 도시다. 남서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달리다 보면 파도 소리와 함께 활기찬 에너지가 감도는 히카두와에 닿게 된다. 이곳은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스리랑카 사람들의 고귀한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1960~70년대부터 서핑과 해양 스포츠를 즐기려는 유럽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하며 이름을 알렸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은 '갈 로드(Galle Road)'를 중심으로 세련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해산물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히카두와의 매력은 화려함
보다는'히피적인 자유로움'과'스리랑카 특유의 소박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데 있다.

그 덕분에 이곳에는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흐른다.

백사장 위로 그물이 드러나는 순간, 은빛 물고기들이 펄떡이며 생동감을 더한다.
백사장 위로 그물이 드러나는 순간, 은빛 물고기들이 펄떡이며 생동감을 더한다.

이 도시의 가장 큰 자산은 단연 빼어난 자연환경이다. 히카두와 해변은 산호초가 잘 발달
해 있어 스노클링과 다이빙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맑은 바닷물 아래로는 형형색색의 열대어와 산호가 펼쳐져, 멀리 나가지 않아도 해변 가까이에서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끝없이 이어진 황금빛 백사장과 인도양의 거센 파도가 만들어내는 하얀 포말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 준다. 파도는 비교적 일정해 서퍼들에게도 사랑받고, 해변을 따라 늘어선 야자수와 붉은 노을로 물드는 저녁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도시는 크지 않지만 하루의 리듬은 또렷하다. 새벽이면 어부들이 바다로 나서고, 아침이 되면 해변 카페마다 커피 향이 퍼진다. 한낮에는 햇살 아래 바다가 가장 빛나고, 저녁이 되면 여행자와 현지인이 어울려 하루를 마무리한다. 히카두와는 '관광지'이면서도 여전히 '사람이 살아가는 마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끝없는 황금빛 백사장과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인도양의 흰 포말.
끝없는 황금빛 백사장과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인도양의 흰 포말.

◆마댈(Madal) 고기잡이

히카두와의 해변을 걷다 보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리듬에 맞춰 줄을 당기는 진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스리랑카 남부 해안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전통 협동 어업방식인 '마댈'(Madal) 고기잡이다. 마댈은 흔히'인간 쌍끌이 어업'이라 불린다. 거대한 그물을 실은 배가 바다 멀리 나가 반원 모양으로 그물을 펼치면, 해변에 남은 사람들이 양쪽 줄을 잡고 육지에서 천천히 끌어당기는 방식이다. 이 전통은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며 지역 공동체의 삶을 지탱해 왔다.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네 시간 이상 이어지는 고된 작업이다.

그러나 어부들의 얼굴에는 불평보다 노래가 먼저 떠오른다. "호이샤! 호이샤!" 하는 전통 구령이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 해변에 울려 퍼진다. 이 소리는 단순한 노동의 리듬을 넘어 함께 줄을 당기는 모습은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를 상징한다. 여행자도 함께 당기면서 인간과 바다가 맺어온 오랜 관계의 깊이를 실감하였다.

마침내 그물이 모래사장 위로 올라오면 은빛 물고기들이 펄떡이며 모습을 드러낸다. 반짝
이는 물고기들이 가득한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구경하던 여행자들도 슬며시 줄을 잡아 힘을 보태고, 갓 잡아 올린 생선을 바라보며 어부들과 기쁨을 나눈다. 그 순간 해변에는 환한 웃음이 번진다.

기계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인간의 근력과 협동으로 바다의 선물을 끌어올리는 마댈
고기잡이는 히카두와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풍경이다. 어획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 작업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해 보인다. 그것은 생계를 위한 노동이자 전통을 지키는 행위이며, 자연과의 약속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히카두와 해변에서 바라본 마댈 고기잡이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스리랑카의 전통이며, 인간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한 가지 답을 보여준다.

코앞에서 만나는 야생 바다거북이 여행자가 건넨 해초를 먹는 모습이 신비롭다.
코앞에서 만나는 야생 바다거북이 여행자가 건넨 해초를 먹는 모습이 신비롭다.

◆거북이와 기적의 해변 '터틀 비치'

히카두와 여행에서 가장 잊기 힘든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터틀 비치'(Turtle Beach)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해변 가까이까지 직접 찾아오는 야생 바다거북들 때문이다. 울타리나 인위적인 보호 시설이 있는 장소가 아니라, 바다 거북이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해변이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다. 파도를 타고 커다란 거북이들이 스르르 발밑까지 다가오는 모습은 마치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오래전부터 이곳이 그들의 터전이었던 것처럼, 거북이들은 사람의 존재를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바닷가에 서 있으면 처음에는 검은 바위처럼 보이던 것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것이 거대한 바다거북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느릿느릿 다가오는 모습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물결에 몸을 맡긴 채 고개를 내밀어 숨을 쉬는 거북이와 눈을 마주하는 순간, 시간마저 잠시 멈춘 듯한 기분이 든다.

물속에서는 거북이들이 유유히 헤엄치며 여행자들이 건네는 해조류를 조심스럽게 받아먹는다. 거대한 몸집과 달리 눈빛은 온화하고 움직임은 한없이 느긋하다. 사람과 동물이 잠시나마 경계를 허물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장면은 히카두와 여행의 백미라 할 만하다.

바다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때로는 거북이가 사람 곁으로 다가와 나란히 헤엄치는 순간
도 맞닥뜨릴 수 있다. 수족관이나 다큐멘터리 화면이 아닌, 같은 물살을 가르며 마주하는
생명체의 존재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깊은 울림을 전한다.

거북이와 함께 얼마나 오랫동안 물속에 있었는지 시간을 잊어버릴 정도다. 거북이가 여행
자를 너무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형언할 수 없고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바다에서 야생 거북이와 함께 수영하며, 먹이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해변 위에서도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파도가 잔잔한 날이면 거북이들이 물가 가까이까지 올라와 숨을 고르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어른들은 조용히 카메라를 내려놓은 채 그 장면을 바라본다. 터틀 비치는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즐거움을 넘어 생명에 대한 존중과 경외심을 자연스럽게 일깨워 준다.

히피의 자유로움과 스리랑카의 소박함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 히카두와.
히피의 자유로움과 스리랑카의 소박함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 히카두와.

히카두와는 화려한 리조트나 대형 관광 시설로 기억되는 곳이 아니다. 대신 이곳에는 바다거북과 함께 헤엄치는 감동, 세대를 이어온 어부들의 땀과 노래, 그리고 인도양의 변함없는 파도가 있다. 히카두와를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한 휴양을 넘어, 자연과 사람, 전통과 현재가 어우러진 시간을 온전히 살아보는 경험이다. 그 기억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잔잔한 파도처럼 울려 퍼진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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