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기념식수다.
행사 주최의 장을 중심으로 내빈들이 함께 삽으로 흙을 뜨고 묘목을 심은 뒤 흙을 다진다. 그리고는 이 모든 장면을 사진으로 남긴다.
나무를 심어 행사를 기리는 일은 1872년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 처음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49년 식목일 행사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첫 행사를 열었다.
이후 기념식수는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고 미래의 성장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때로는 의식이 의미를 앞지르기도 한다.
식수 행사의 짧은 시간을 남기기 위해 연방 터지는 카메라 플랫카메라처럼 기억은 찰나밖에 머물지 못하고 흩어진다. 새로 심은 나무도 이후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는 주목받지 못한다.
최근 한 기관이 보여준 변화는 그래서 인상적이다.
경북도청이 10일 진행한 도청 이전 10주년 행사의 기념 식수는 소박했지만, 기억에는 웅장하게 남을 만하다.
도는 새 묘목을 구입하는 대신 이미 도청 부지에 자라고 있는 나무를 옮겨 심는 방식으로 행사를 열었다. 단순한 방식의 작은 변화였지만, 의미 자체를 곱씹게 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포세이돈이 아테나와 도시의 수호신 자리를 두고 겨루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후려쳐 땅을 갈라 으리으리한 샘을 만들었다. 반면 아테나는 흔하디흔한 올리브 나무를 내놨다.
시민들은 오히려 천지가 진동해 물을 뿜어낸 화려한 기적이 아니라 오래도록 열매를 맺는 나무를 선택했다. 상징보다 지속성을 결정한 것.
이번 경북도청에서 기념식수의 변화 역시 비슷한 메시지가 담겼다. 기념의 핵심은 '새로 심는 행위'가 아니라 '함께 자라갈 시간'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린 나무를 기념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것은 단순히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서, 10년 동안 뿌리내린 경북도청의 지속가능한 미래상을 나타내고 있는 의미가 내포됐다.
그래서 이번 변화는 작은 발상의 전환이지만 의미는 적잖게 다가온다.
기념을 위해 또 하나의 나무를 심는 대신 이미 자라고 있는 나무를 기념의 중심에 두는 일, 그것은 '보여주는 행사'에서 '지속을 생각하는 기념'으로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전 10주년 경북도'의 기념식수에서 '앞으로 100년간은 더 웅장하게 뿌리내리겠다'는 경북도의 약속과 미래를 엿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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