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좋아해 호를 연객(烟客)이라고 했던 18세기 문인화가 허필의 '헐성루망만이천봉'이다. 내금강의 명찰 정양사 헐성루에서 바라보는 광경이라 이런 제목이 붙여졌다. 헐성루는 만이천봉이 한 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전망대여서 그림에도, 시에도 많이 나오는 이름이다. 영조 때 화가 정충엽의 '헐성루망만이천봉'을 보면 허필의 이 작품과 마찬가지로 겸재 정선의 영향을 받은 금강전도다.
정선의 금강전도는 후배 화가들에게 참조의 기준이 됐다. 내금강 전모를 한 폭에 집대성한 구도라 다녀온 사람이든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든 모두 좋아해 수요가 많았다. 화가들은 정선이 완성해 놓은 큰 틀을 따르면서 각자의 스타일을 더해 금강전도를 그렸다.
그 중에서 허필의 '헐성루망만이천봉'은 정선의 금강전도와 거리가 가장 멀다. 바위산과 흙산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부감시의 구도도, 쭉쭉 그어 내린 시원스런 바위봉우리도, 산뜻하고 교묘한 선염도,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와 구름의 공간감도 없다. 대신 열 지어 나열한 만이천봉, 서투른 듯 느린 붓질, 강약 조절이 급격하지 않은 담담한 먹색과 담채, 여백 없이 중첩된 산봉우리 등이 허필 자신의 시각 경험과 필묵적 개성을 확고하고 일관되게 드러낸다. 구안자(具眼者)들은 이 색다른 금강전도의 특별함을 잘 알아봤다. 이 작품은 근대기 최고의 수장가 중 한 명이었던 의사 컬렉터 박창훈(1897-1951)의 소장품이었다.
허필은 생원시에 합격해 성균관에 적을 둔 적도 있지만 벼슬하지 않은 재야 지식인이었다. 금강산을 여행했고 그림 솜씨로 이름이 높았던 허필이 이 작품을 그린 것은 금강산을 다녀온 지인의 간청 때문이다. 문인화는 대부분 친구를 위한 그림이다. 허필을 알려주는 친구들의 글 중 영조 때 '재야문형(在野文衡)'으로 불렸던 이용휴(1708-1782)의 추모시가 있다.
몸은 가냘파 옷 무게조차 못 이길 듯하나, 용기는 만 명의 적을 상대할 만했네. 마음을 정하면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곧장 금강산 등마루를 올랐지
弱如不勝衣 勇乃萬夫敵 意決從坐起 直上金剛脊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파노라마식 금강전도를 그려낸 허필은 분명 금강산 그림의 역사에서 우뚝한 화가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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