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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우편배달부가 된 컨설턴트, 길 위에서 인생의 본질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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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메일맨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 지음/ 정혜윤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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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컨설팅 일을 하다가 잘렸다. 나의 팬데믹은 그렇게 시작됐다."

책 '메일맨'은 지은이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가 과거를 회상하며 쓴 회고록이다.

대대로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던 그는 25년 넘게 도시에서 경영 및 마케팅 전문 컨설턴트로 일했다. 소비자심리학과 행동경제학, 브랜드 전략, 제품 개발 등의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고, 옴니콤, 하바스, TCS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 전략가로 근무했다.

평탄한 길을 걸어오던 그에게 돌풍이 불어닥친 것은 2020년 3월,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진 탓에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다. 겨우 쉰의 나이, 심지어 암 투병 중이었던 그는 건강보험과 생활비가 절실하게 필요했고, 고향인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서 미 연방우정국 우편배달부로 취직하게 된다.

젊은 시절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고향이건만, 마케팅 전략가로 재취업할 기회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루아침에 도시의 사무실에서 광활한 애팔래치아 산맥으로 삶의 무대를 옮긴 그는 우편배달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모든 것이 쉽지 않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동료들의 도움 없이는 하루 할당량조차 채우지 못하는 서툰 시절을 통과하며, 뼈아픈 무력감과 좌절을 맛본다. 에어컨조차 나오지 않는 열악하고 낡은 우편 트럭을 몰고 애팔래치아의 험준한 산길을 누비고, 쏟아지는 소포를 분류하는 악몽을 꿀 만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 안에 격리되자 온라인 쇼핑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그는 편지와 잡지, 선물, 토마토 씨앗부터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복제 검, 살아 있는 병아리까지 온갖 것들을 배달했다.

깊은 산골 외진 곳에 사는 할머니에게 닭 사료를 나르고, 몸집만 한 냉장고를 짊어지고 물살이 거센 개울을 건너며, 대선 기간에는 투표용지를 배송하는 등 이전과는 180도 다른 삶의 무게를 경험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총을 든 고객과 마주하거나, 맹렬하게 짖으며 돌진하는 핏불테리어와 말벌 떼의 습격을 받는 아찔한 상황도 겪는다.

하지만 배달원으로서 짊어진 것은 우편물만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한 고객들의 분노와 비난, 평가, 그리고 실패의 역사로 인한 불안, 가족 간 해묵은 감정까지 모든 것이 그에게는 무거운 짐이었다. 수면 아래 보글보글 끓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이 터져버린 어느 날, 그는 내면의 새로운 문을 발견하고 다시 새로운 한 발짝을 내디딘다.

지은이는 자신이 가장 능숙했던 전문직의 세계를 떠나 모든 것이 서툴고 형편없어진 상태가 돼서야 비로소 인생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매일 아침 수만 보를 걷고 수천 통의 우편물을 분류하는 노동 속에서, 그는 이전의 화려한 커리어가 주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동력을 발견했다.

낯선 도전에 맞설 때 느껴지는 날 것 그대로의 스릴,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 현장에서 땀과 눈물을 나눈 동료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인해 서서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책 속에 담겨있다. 트럭 가득 실린 짐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뎠던 고된 과정이, 결국 무너진 삶을 다시 지탱하는 법을 가르쳐준 셈이다.

'삶이 레몬을 던져주거든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는 영어 속담이 있다. 시큼한 레몬이라고 불평만 하지 말고, 역경을 기회로 바꾸라는 의미다. 지은이는 레몬이라는 '불운'을 오히려 새로운 시작의 디딤돌로 삼고 스스로 즐기는 방법을 찾아나섰다.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직장인들, 인생의 2막을 준비하며 불안해하는 중년들, 막막한 길 위에 선 모든 이들에게, 생계를 위해 버티며 삶의 목적을 찾아가는 그랜트의 생생한 얘기는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404쪽, 1만8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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