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협동조합이 심각한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 합동 특별감사에서 드러난 비위는 조직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준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4억9천만원 규모의 답례품을 마련했다는 의혹이 드러났다.
취임 1주년 명목의 황금 열쇠 수수까지 더해지며 청탁금지법 위반도 논란이다. 신설 법인에 대한 145억원 신용대출 등 부적정 대출과 특혜성 투자, 특정 업체와의 장기 수의계약 관행까지 확인됐다. 중앙회장의 조직 개편 의결 미이행, 자회사 인사 개입, 5년간 75억원 규모 직원 포상금 남용 등 권력형 전횡(專橫)도 심각하다.
농협은 단순한 협동조합이 아니다. 중앙회를 정점으로 금융·유통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조직이며, NH농협금융지주는 국내 5대 금융지주에 속하는 대형 금융 그룹이다.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임에도 협동조합 체계에 남은 폐쇄적 권력 구조와 취약한 내부 통제가 반복적 비위의 토양이 됐다. 11일 당정이 내놓은 개혁안의 핵심은 감사(監査) 체계의 독립이다. 중앙회 내부 감사 기능을 분리해 별도 특수법인 '농협 감사위원회'를 신설하고, 준법감시인 외부 전문가 선임을 의무화한다. 횡령·금품 수수 등으로 1심 유죄가 선고되면 즉시 직무를 정지하는 장치도 마련한다. 1천110명의 조합장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구조를 조합원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손질할 예정이다.
개혁의 본질은 권력 재설계다. 중앙회장에 집중된 인사·경영권을 지주사와 자회사로 분산하고 농민신문사 회장 겸직 같은 특권 구조도 정비해야 한다. 농협은 200만 명이 넘는 조합원이 참여한 국내 최대 협동조합이다. 이런 조직이 특정 권력의 사적(私的) 영역으로 인식된다면 협동조합의 존립 근거가 흔들린다. 1961년 창립 이후 누적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제도를 조금 고치는 수준으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권력은 분산하고 통제는 강화해야 한다. 농협이 농민의 협동조합으로 남을 것인지, '회장님의 조직'으로 남을 것인지는 개혁의 깊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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