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정치권에는 오래전부터 회자되는 장면이 있다. 실제 종친 조직과는 무관하지만 같은 성씨, 같은 또래로 오랜 세월 친구로 지내온 지역 인사들을 두고 사람들은 농담처럼 '종친 정치'라는 표현을 써왔다. 작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맥 정치의 한 단면이다.
젊은 시절에는 친구였다. 서로의 삶을 알고 같은 세월을 보낸 동갑내기였다. 그러나 정치가 그 위에 올라서는 순간 관계의 의미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친구라는 말은 남아 있지만 그 사이에는 이해관계라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지기 마련이다.
최근 봉화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서로를 돕던 관계였지만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이 지역 곳곳에서 들린다. 정치적 명분으로 시작된 말은 시간이 지나며 입장이 달라지고, 주변 인맥도 각자의 계산 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정치가 펼쳐지는 셈이다.
한때 지역에서는 "힘을 합치면 선거판의 큰 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같은 기반과 인맥을 공유한 정치적 결합은 작은 지역일수록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는 그와 정반대다. 이미 서로의 길은 멀어졌고 갈등의 골도 생각보다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는 다시 손을 잡기에는 시기도 감정도 지나버렸다는 말까지 지역 정치권에서 들린다.
정치판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정치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말이 언제나 화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가 얽히는 순간 친구 사이도 경쟁자가 되고, 때로는 관계 자체가 정치의 무대 위에서 소모되기도 한다. 세월을 함께 보낸 인연도 정치 앞에서는 각주구검(刻舟求劍)처럼 옛 기준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곤 한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나온다. 과연 이 싸움의 진짜 승자는 누구일까 하는 물음이다. 겉으로 보이는 경쟁의 당사자가 아니라 그 틈에서 기회를 잡는 제3자가 나타나는 것이 정치의 오래된 풍경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갈등 속에서 힘을 잃고, 또 누군가는 그 틈을 발판 삼아 새로운 자리를 얻는다.
그래서 봉화 정치판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도 점점 냉정해지고 있다. 사람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정작 지역의 미래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누가 누구와 갈라섰는지보다 어떤 정책으로 봉화를 바꿀 것인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작은 지역일수록 정치의 무게는 더 크게 다가온다. 인맥과 관계가 정치의 일부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정치의 전부가 되는 순간 지역의 미래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치가 관계의 경쟁에 머무른다면 봉화의 발전 역시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거는 결국 한 사람의 승리로 끝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남는 것이 갈등과 상처뿐이라면 지역이 얻는 것은 많지 않다. 정치의 경쟁이 지역의 발전을 위한 경쟁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선거의 의미도 살아난다.
지금 봉화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은 어쩌면 지역 정치의 오래된 숙제를 다시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친구와 정치 사이, 그 미묘한 경계에서 사람과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이기느냐보다 어떤 정치가 남느냐일 것이다. 봉화 주민들은 그 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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