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이 지자체장 공천(公薦)에 '코리안 시리즈' 방식 경선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예비경선으로 도전자 1명을 가려낸 뒤 현 단체장과 1대1로 맞붙여 공천자를 정한다. 현직의 기득권은 유지된다. 도전자는 한 명만 남는다. 1대1 경선은 데스 매치(death match)다. 볼거리가 있다. 그러나 다수 후보가 흥행의 불쏘시개로 소모된다. 바둑으로 치면 팻감이다.
수도권은 공천 신청자가 많지 않다. 경기도는 3명에 그쳤다. 인천시는 경선 없이 유정복 시장을 공천했다. 서울시는 재공모와 재재공모 끝에 오세훈 시장이 경선에 나섰다. 신청자는 6명이다. 그러나 참신한 인물이 없다. 대구·경북은 다르다. 대구시는 현 국회의원 5명을 포함해 9명이 신청했다. 경상북도는 6명으로 시작해서 현재 2명이 남았다. 현 도지사, 전·현직 국회의원, 전 경제부총리가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결과는 당연하다. 당선이 어려운 지역은 피하고, 쉬운 지역을 선호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더구나 현 국회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해도 의원직을 유지한다. 밑져야 본전이다. 국회의원이 아닌 신청자도 손해가 없다. 예비후보로 이름을 알린 뒤 다음 총선에 나오면 된다. 그러나 이번은 유독 심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준석 의원은 2021년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됐다. 2030과 6070 세대를 묶는 전략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대선이 끝나자 상황이 급변했다. 성 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이 제기됐다. 2022년 7월 당은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8월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주호영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10월 '양두구육(羊頭狗肉)' 발언을 이유로 당원권 정지 1년이 추가됐다. 2023년 12월 이 의원은 탈당했다.
비슷한 일이 나경원 의원에게도 일어났다. 나 의원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상황이 바뀌었다. 헝가리식 출산 장려 정책과 대출 탕감 구상이 논란이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반대했다. 나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됐다. 초선 의원 50명이 나 의원을 비판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다. 결국 2023년 1월 나 의원은 출마를 포기했다. 이후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됐다.
안철수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2022년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과 단일화를 이뤘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국무총리는 한덕수에게 돌아갔다. 안 의원은 보건복지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추천했다. 단 한 명도 기용되지 않았다. 국회 원 구성에서도 배제됐다. 국민의힘은 3선인 김석기 의원을 외통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안 의원은 4선이다. 국회 관례를 무시했다.
1970~80년대 학생운동권에는 이른바 '코어 그룹'이 있었다. 운동의 노선과 전략, 전술은 이들이 정했다. 직접 학생회장 후보로 나서지는 않았다. 대신 평범해 보이는 학생을 내세웠다. 학생회를 움직인 것은 코어 그룹이었지만 책임은 학생회장이 졌다. 학생회장은 '가케무사'에 불과했다. 리더로 보였지만 대역(代役)이었다.
국민의힘에도 코어 그룹이 있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에도 남아 있다. 탄핵된 두 대통령은 '가케무사'였다.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패하면, 코어 그룹은 비대위를 꾸리고 또 다른 '가케무사'를 비대위원장에 앉힌다.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연다. 그러나 전당대회는 큰 의미가 없다. 당대표는 코어 그룹이 정한다. 공천권을 장악해 결국 살아남는다. 이 패턴이 지겹도록 반복된다.
국민의힘이 즐겨 쓰는 프레임이 있다. 배신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급할 때는 매달리고, 용도가 다하면 버렸다. 이것이 배신이다. 조용헌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경부동식(同耕不同食)'이다. 함께 밭을 갈고도 함께 먹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배신했는가. 주어와 목적어가 뒤바뀌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된다.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다. 정치판은 냉혹하다. 신의(信義)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다. 그저 '동경동식(同耕同食)'이라도 하자. 그러지 못한다면 배신을 말할 자격이 없다.






























댓글 많은 뉴스
"이정현 정상 아닌듯" 공천 '기습 컷오프'에 주호영·이진숙 반발
박지원 "김부겸, 대구시장 당선된다…국힘 후보들 경쟁력 의문"
"李 지지율 전국서 TK 상승폭 가장 커…62.2%" 국힘 공천갈등 여파
국힘 "대구 주호영·이진숙 컷오프…6명으로 경선 실시"
李대통령, 신전떡볶이 9.7억 과징금에 "최대치 부과한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