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도 밤낮없이 연락 오는 취재원이 있다. 어려운 사연들을 신문에 소개해 모금된 성금을 전달하는 매일신문 '이웃사랑' 연재 코너의 사연 당사자다. 수술 비용이 없어 동 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연결된 사례다. 증세가 더 악화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모금된 성금은 한 달이 되도록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사연 당사자를 소개해 준 행정복지센터와 모금된 성금을 관리하는 복지단체 측에 각각 문의해 보니, '서류 처리'에 진척이 없어 어렵게 모인 성금이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동의서' 명목의 서류를 복지단체에 보내줘야 성금 전달이 가능한 구조였다. 성금 전달에 필요한 '동의서'는 관계 기관 직원들의 관심 밖이었다. 취재가 끝난 지 한 달이 넘도록 정작 사연을 소개해 준 기관의 움직임은 없었다.
"동의서를 요청했는데 아직 회신이 없다" "동의서를 발신해달라는 연락을 방금 받았다"…익숙한 대답이었다.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주지 않은 요청' '받지 못한 회신'을 내가 먼저 나서 들여다볼 겨를이 없다는 게 관계 기관 담당자들의 해명이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로 일하며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자칫 인재(人災)로 발전할 수 있는 사건 사고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지난 4일 발생한 대구 수성구 만촌역 천공기 전도 사고 현장에서 하청업체 중장비 기사들은 알려지지 않은 사고가 대부분이라 모를 뿐, 포클레인과 같은 중장비 전도는 현장에서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3일엔 대구지하철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화재가 진천역에서 발생했다. 천만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환기실 내부 작업 도중 발생하는 화재는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장비 절단을 위해 용접을 하던 중 튄 스파크가 내부에 쌓여 있던 먼지 탓에 연기를 많이 발생시켰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내부 먼지 청소같이 평소에 돌보지 않았던, 책임 주체가 모호한 사소한 조치들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관련 행정기관은 사고 발생 이후에야 대처에 나섰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천공기 사고 닷새 만에 점검차 현장을 찾았지만 두 시간 동안 현장에서 비공개 회의만 진행했다. 경찰은 관계 당국의 회의와 수사는 별개라는 변론만 펼쳤다. 사건 사고에는 다양한 기관들이 얽혀 있다. '누구의 일'인지를 따지는 동안 정작 위험에 노출된 당사자들의 피해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일상 속 사건 사고를 예방할 기회와 신호는 만연해 있다. 관계기관의 소극적인 대처와 '관할 업무 외'라는 안일한 대응 동안 사회 구성원들이 맞닥뜨리는 위험 상황은 커져만 간다. 누군가 생존과 사회 활동을 위해 필요한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그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우리 사회는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여러 기관과 단체, 개개인의 역할이 얽혀 돌아가는 사회다. "신문에는 성금이 전달됐다는데 아직 못 받았다. 수술을 못 받아 일하고 싶어도 못 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중장비 전도는 알려지지 않을 뿐 자주 있는 일이다" "내부에 쌓여 있던 먼지 탓에 화재 연기가 많이 발생해 최초 발화 지점을 찾기 어려웠다", 현장에서 듣는 말은 아프게 다가온다. 대다수 사고는 어느 지점에서 발생한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없다. 관계 당국이 그 '알 수 없음'에 기대 소극적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 생기는 인재는 아픔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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