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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마트폰 속 '피리 부는 사나이'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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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대구 중부경찰서 경무계장

정윤정 대구 중부경찰서 경무계장
정윤정 대구 중부경찰서 경무계장

독일의 유명한 이야기 중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가 있다. 피리 소리에 홀린 쥐들이 도시 밖으로 따라 나가고, 결국 아이들까지 그 소리를 따라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유명하고도 오래된 이야기지만 요즘 보이스피싱 피해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현실을 보면 이 이야기가 자꾸 떠오른다. 동화속 아이들을 홀히던 피리 대신 현대에는 스마트폰 화면이 사람들을 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20여 년이 훌쩍 넘었다. 최근 대구 중부경찰서로 근무지를 옮기며 다시 동성로 일대를 보게 됐다. 20여 년 전 동성로는 말 그대로 젊음의 거리였다. 주말 밤이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사람이 많은 만큼 사건도 있었다. 술에 취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비가 붙거나 인파가 많은 틈을 노린 절도 사건이 주류를 이뤘다. 사람이 모이면 생기는 전형적인 거리 범죄였다.

하지만 지금 동성로의 범죄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거리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나 절도는 오히려 줄어든 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범죄가 늘었다. 바로 보이스피싱이다. 과거 범죄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졌다면 지금 범죄는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시작된다.

요즘 젊은 세대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뉴스와 정보와 금융과 쇼핑, 인간관계까지 대부분의 경험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진다. 길을 찾을 때도,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도 스마트폰을 먼저 찾는다. 최근에는 챗GPT, Gemini 등 AI까지 등장하면서 질문 하나로 답을 얻는 환경에도 익숙해졌다.

편리함을 너머 의존이 과도할 정도로 심해졌다. 문제는 이런 환경이 판단까지 흐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문자나 전화나 메시지를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순간이 생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바로 이 틈을 노리고 있다. 검찰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한 전화 한 통이나 문자 메시지 하나로 사람의 판단을 흔든 뒤 계좌이체와 인증 절차까지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 안에서 진행한다. 예전처럼 범죄자가 직접 나타나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 화면 속 목소리와 메시지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결국 범죄의 시작도 스마트폰을 시작해 돈이 빠져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과정이 스마트폰 안에서 이뤄진다. 과거처럼 범죄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피해는 순식간에 발생한다. 피리 소리에 홀리듯 스마트폰 화면 속 메시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피해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AI까지 접해본 세대로서 말하자면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은 분명 편리한 도구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판단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정보를 참고할 수는 있지만 마지막 결정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

보이스피싱을 막는 방법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다. 잠깐 멈추고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다. 낯선 전화나 메시지를 받았다면 즉시 대응하기보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고, 해당 기관에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다. 잠깐 멈추고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다. 작은 의심이나 확인하는 습관은 큰 피해를 막는다.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편리함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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