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Bill Gates)는 '적(敵)그리스도' 즉 악마라는 의심을 받은 적이 있다. 그의 이름 대문자 철자에 아스키코드(ASCII·미국정보교환표준부호)의 해당 값을 대입하면 성서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적그리스도의 상징 숫자 '666'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스키코드란 컴퓨터가 문자, 숫자, 기호 등을 이해해 처리하도록 숫자로 표준화한 것으로, 영문 대문자 A는 65이며 이후 계속 1이 더해져 Z는 90이다. 이를 'BILL GATES'에 대입하면 'B(66)+I(73)+L(76)+L(76)+G(71)+A(65)+T(84)+E(69)+S(83)'으로 '663'이다. 그래서 666을 만들려고 웃기는 조작이 더해졌다. 빌 게이츠는 '게이츠 3세'라며 3을 더했다. 웃기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왜 대문자 표기만 선택하고 대문자와 소문자를 섞어 쓰는 통상적 표기는 제외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없다. 후자의 표기 방식에 아스키코드 값을 대입하면 666이 아니라 888이 나온다.
이처럼 적그리스도로 만드는 방식은 자의적이다. 이름 철자 수로 666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아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적그리스도가 됐다. 그의 이름 'George Walker Bush Jr'는 6개씩의 자모로 구성돼 있어 666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왜 이런 방식이어야 하는지 설명은 없다. A에 6을 부여하고 이후 알파벳 순서대로 계속 6을 더해 그 숫자를 해당 철자에 대입하는 방식도 있다. 이렇게 해서 키신저(KISSINGER) 전 미국 국무장관도, 컴퓨터(COMPUTER)도 666이 됐다. 이 역시 왜 A가 '6'이고, 알파벳 순서대로 6을 더해 가는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
대통령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정부·여당·사회 일부 세력이 가담·증폭시키고 있는 '스타벅스 때려잡기'는 이를 빼다 박았다. 너무나 자의적이다. '5·18 조롱'으로 찍힌 '탱크 텀블러'는 2023년부터 한국뿐 아니라 호주·태국·일본 등에서도 '탱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는 '네이밍'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스타벅스 때려잡기 진영은 탱크 텀블러에 5·18 계엄군 탱크를 오버랩시키고 '탱크' 이벤트 시작일인 5월 18일을 5·18과 연결한다. 그 추리력이 경탄스럽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설명은 이렇다. '탱크'는 물탱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며, 5월 18일 출시한 것은 5·18과 겹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부주의(이를 좌파는 '역사 감수성 부족'이라고 욕한다)였다는 것이다. 거짓말로 들리지 않는다. 기업은 돈 버는 것이 제1의 목적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이를 포기해야 할 자해행위를 의도적으로 기획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경탄스러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탱크' 텀블러의 용량(503㎖)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囚人) 번호(503)를 암시하고, '탱크 듀오 세트' 할인율(21%)이 계엄군 집단 발포일인 5월 21일을 상징한다는 주장,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2024년 4월 16일에 그리스 신화에서 선원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키는 반인반수(半人半獸) '세이렌'이 그려진 '사이렌 클래식 머그' 시리즈를 출시해 참사(慘事)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는 대통령의 낙인찍기도 마찬가지다.
'503'이 박 전 대통령의 수인 번호임을, 5월 21일이 계엄군 집단 발포일임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좌파에게 '역사 감수성' 부족이라는 욕을 먹을 소리겠지만 기자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런 점에서 텀블러 용량에서 탄핵된 전 대통령의 수인 번호를, 할인율에서 집단 발포일을, 머그 출시일에서 참사의 상업적 이용을 읽어내는 그 연상(聯想) 능력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503은 미국 용량 단위(17온스)를 ㎖로 환산한 값이고, 21(%)은 가격 조정에 따른 단순 계산 결과이며, 4월 16일은 행사 업체와 일정 조율 과정에서 결정된 우연이라는 게 스타벅스코리아의 설명이다. 거짓말로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세이렌은 1971년 스타벅스 창립 때부터 로고로 사용되고 있다.
'스타벅스 때려잡기'의 의도, 특히 대통령의 의도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세 결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유가 무엇이든 너무 악의적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사회의 폭력적 낙인찍기'를 본다. '역사 감수성'의 부족인가?




























































댓글 많은 뉴스
李, 기표소 나와 투표용지 들고 "반만 찍혀도 괜찮나"…선관위 "문제 없어"
박 前대통령, 주말 서문시장·수성못 방문…추경호 '총력지원'
'보수 총결집' 앞장선 朴 계산은…국힘, 이젠 투표율 높아야 이긴다?[금주의 정치舌전]
대구 사전투표소 기표소서 '이미 투표된 용지' 발견…한때 항의 소동
사전투표 1일차 대구 투표율 전국 최저…군위군 23% 독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