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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산책] 인공지능과 의료의 만남…일상이 된 '스마트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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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우리 삶 전반을 바꾸는 가운데, 생명과 직결된 의료 분야에도 그 물결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먼 미래의 이야기로 여겨졌던 '의료 AI'는 이제 연구실을 나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진단과 예측, 환자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 의료기관에 도입된 AI 솔루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영상 판독이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약 30%가 영상의학 AI이며, 최근에는 심전도·혈압·호흡 같은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환자의 상태 변화를 예측하는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심정지 예측 AI'다. 일반 병동 입원 환자의 혈압·맥박·호흡·체온 네 가지 활력징후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24시간 이내 심정지 발생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이 시스템은, 국내 전향적 연구에서 병동 사망률을 약 35% 감소시키는 효과가 입증돼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바 있다. 과거에는 간호사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환자 악화의 조기 징후 포착'이, 이제는 객관적 수치와 알고리즘으로 뒷받침되고 있는 셈이다.

흉부 엑스레이 자동 판독 AI 역시 이미 상당수 병원에서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을 보조해 폐결절·기흉·폐렴 같은 미세한 이상 소견을 놓치지 않게 돕고, 판독 시간을 단축시켜 환자의 대기 시간까지 줄여 준다. 뇌 영역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뇌 MRI 확산강조영상에서 뇌경색 병변을, 뇌 CT에서 뇌출혈 여부를 수십 초 안에 자동으로 판독해 내는 AI는 '시간이 곧 뇌세포'인 뇌졸중 진료에서 골든타임 확보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있다.

건강검진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AI 뇌영상 분석 솔루션은 뇌 MRI 데이터를 정량 분석해 백질변성과 뇌위축의 정도를 객관적 수치로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매·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의 조기 발견에 기여한다. 수검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보고서를 제공함으로써, '나이에 비해 내 뇌가 얼마나 건강한가'라는 질문에 근거 있는 답을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입원 병동에서도 웨어러블 센서와 연동된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이 심전도·산소포화도·체온 등을 24시간 실시간으로 수집해, 미세한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의료진에게 즉시 알림을 전송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병원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양한 의료 AI를 진료 현장에 접목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어느 특정 병원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이미 AI가 한국 의료의 일상적 풍경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일각에서는 AI가 의료진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 마주한 AI는 의사를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사의 판단을 보조하고 그 역량을 넓혀 주는 '협진 파트너'에 가깝다. 영상 한 장을 읽어 내는 일, 환자 한 명의 활력징후 변화를 놓치지 않는 일—그 마지막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다만 그 판단의 속도와 정확도를, 기술이 한층 끌어올려 줄 수 있을 뿐이다.

AI와 의료의 만남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다. 환자에게 더 빠르고, 더 정확하며, 더 안전한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오늘의 현실이다. 첨단 기술과 인간 중심의 의술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우리는 '스마트병원'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진료를 환자에게 돌려드릴 수 있을 것이다.

서원덕 대구예스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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